심야 및 휴일 진료 공백 대안으로 시간외 진료센터나 당번약국 등 선호
[매일일보=최소연 기자] 보건당국이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슈퍼마켓 등)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절대 다수는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도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야간 진료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의료진에 의한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과 전북약사회가 여론조사 전문 업체 닐슨컴퍼니에 의뢰해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사응답자의 68.6%가 가정상비약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구매 시 약 71%가 약사와 상담 후 구입하고 있고, 의약품 슈퍼판매 시 불필요한 약의 소비, 광고증가, 이로 인한 약가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슈퍼판매의 대상이 될 의약품으로서 '가정상비약'은 조사응답자의 70%가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답하였으며 나머지 30%도 상비약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약준모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 약 구입의 편리성보다는 근무시간 외 이용과 신뢰, 안전성을 우선순위로 하는 시간외 진료센터, 공공약국 등 의료제공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구매 시 약 71%가 약사와 증상을 얘기하고 상담 후 구입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약품명을 알고 구매의사를 가진 이들이 30%가 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일반의약품 구매 시 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말해준다.
특히 국민들은 약국 외 판매 시 ‘약 관련 광고 증가할 것’(58.1%)이라는 우려를 가장 많이 보였으며, 약 구입 및 복용 증가(48.6%), 약값 증가(39.6%) 등 약국 외 판매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약준모는 “약국 외 수요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약의 소비와 광고증가로 인한 약가 상승 등 사회적 갈등과 비용 등을 수반하면서까지 약국 외 판매정책을 추진하는 당위성을 의심할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약물복용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배탈 시 소화제 복용(73.9%), 오한 발열 시 감기약 복용(74.5%) 등 의약품을 잘못 사용하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약의 임의 복용율(34%)이 높게 나타나는 등 노령층의 약물노출이 심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복약지도 필요성과 순응도가 각각 62.7%, 83.9%로 드러났다.
약준모는 또 이번 조사에서 휴일에 병원이 열지 않아 불편함을 경험하였다는 응답이 72%나 차지한 점을 들며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논쟁의 시발점이 된 야간 및 공휴일 진료공백 문제는 의약사 등 전문가에 의한 취약시간대 의료공백 해결이 슈퍼판매 문제해결의 근본책”이라고 주장했다.
진료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들은 시간외 진료센터(46.5%), 공공약국(20.5%), 의원약국 당번제(33.2%)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준모는 “약 구입의 편리성보다는 근무시간 외 이용과 신뢰, 안전성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약 구입의 편리성보다 중요하게 국민의 건강과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의료제공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19세~6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실시하였으며,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에서 통계적 검정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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