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받아먹은 것 뿐” vs “형평성 차원에서 어쩔 수 없어”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인천 서구청이 금품수수 등의 이유로 해고한 환경미화원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며 원직복직을 통보했으나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항에 대해 환경미화원과 서구청측이 주장하는 바가 첨예하게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서구청은 13년간 환경미화원으로 재직한 A씨(48)를 지난 2월 금품수수와 직무태만 및 업무지시불이행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 A씨는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으며 약간의 지적 장애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청이 A씨를 해고한 주된 이유는 A씨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관리 구역에 위치한 한 식당 주인에게 공공용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음료수를 받아먹었기 때문.
A씨는 서구청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를 했으나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정당하다며 서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2심 청구를 했으며, 지난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1심을 번복하고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원직복직 판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서구청 역시 지난달 20일 이에 불복하고 A씨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A씨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A씨를 지원하고 있는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서구청의 해고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구청측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A씨가 음료수를 받아먹은 게 아니라 스스로 꺼내먹었다는 것. 서구청 관계자는 “식당 주인이 한번은 고생하는 것 같아서 음료수를 줬는데 A씨가 그 이후로 계속 와서 마음대로 꺼내 먹었다”며 “쓰레기봉투를 준 것도 쓰레기를 본인 대신 치워달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제공한 쓰레기봉투의 양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연구소측은 30장 내외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구청측은 처음에 확인한 것만 120장 정도이며 식당 주인이 그간 사용한 양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소측 관계자는 “쓰레기봉투를 식당주인에게 준 것이 처음 발각되었을 때 A씨는 30장이라고 말했지만, 서구청측이 A씨를 불러 ‘한번은 봐줄 테니 자필로 120장일 줬다는 확인서를 쓰라’고 강요했다”며 “서구청이 행정소송에 제기할 때는 150장이라고 뻥튀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우리가 해당 식당에서 회수한 것만 120장인데다 지금도 다른 구역에서 환경미화원이 사용하지 않은 공공용 쓰레기봉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강압에 의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A씨가 가입한 노조의 간부 입회하에 작성을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징계의 수위와 관련해서도 연구소측은 “보직을 바꾼다거나 감봉을 하는 등 좀 더 가벼운 조치를 취할 수 도 있는데 해고를 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구청측은 “형평성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구청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가 환경미화원에게 가할 수 있는 징계 조치는 주의와 해고밖에 없으며, 주의를 3번 받을 경우 해고 조치가 된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이 30분만 지각해도 주의 조치가 내려져 A씨에게 주의만 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7일 한 매체는 A씨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 서구청이 A씨에게 “2월 해고 이후 발생한 임금 소급분을 A씨가 포기할 경우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복직시키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