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부땐 '재판거래' 자인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피의자심문)가 23일 진행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법정 구속된 첫 전직 대법원장이 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30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심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뒤 새로 영장 업무에 투입된 명재권(52·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박병대 전 대법관(61·12기)도 같은 시간 허경호(45·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나 오는 24일에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공모 혐의가 소명된 정도와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따져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에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경우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 지연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또한 전직 대법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구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개입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나중에라도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며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한 인사개입, 재판개입 없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40여개에 이른다.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사법부 수장이 재판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돼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반면, 법원이 납득할 만한 기각사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