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지난해 영업익 2조 못 넘겨…美 ECC 가동으로 실적 반등 목표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LG화학이 지난해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3년 만에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를 탈환했다. 양사는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으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3% 감소한 2조2461억원, 매출은 9.7% 증가한 28조1830억원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하락했지만, 매출은 창사 이래 사상 최대치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전년 보다 4% 증가한 16조5450억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33% 감소한 1조9686억원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이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기지 못한 것은 2015년 이후 3년만이다.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양사가 영업이익에서 동반 부진한 이유는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업황부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제품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원가의 차이)가 감소했다.
실제 LG화학은 기초소재부문에서 무역 분쟁 등에 따른 수요 위축, 여수 NCC공장 정기보수 영향으로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초소재부문의 수요 부진 및 시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전 제품 수요약세에 따른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원가의 차이) 감소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여수와 울산공장 정기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 증가가 맞물리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주요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케미칼타이탄도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시황 악화 및 유가 등락에 따른 구매 관망세로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초소재와 이차전지, 생명과학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성장전략으로 추진한 덕분에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전지부문 전체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21.9% 늘었고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첫 흑자 덕분에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13.6% 증가했다.
LG화학은 올해도 전지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전지사업의 전체 매출 목표는 10조원으로 잡았다. 자동차전지는 이 중 절반 수준인 5조원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영국 브랜드파이낸스의 ‘2019년 화학기업 10’ 보고서에서 전 세계 화학업체 브랜드 가치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전통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하며 원료 다변화를 펼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실적에 직격탄을 받았다. LG화학에 비해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6년과 2017년 LG화학을 제치고 업계 1위를 꿰찼던 롯데케미칼은 다시 2위로 밀려났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본격 가동되는 미국 에탄크래커공장(ECC) 및 말레이시아 타이탄 증설 물량 효과 등으로 수익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첨단소재를 통한 고부가 제품 시장 확대 진출 등으로 안정적이고 견고한 사업안정성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공교롭게 최근 나란히 수장이 바뀐 양사는 올해도 치열한 실적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인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롯데그룹 역시 신임 화학BU장으로 김교현 사장을 선임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달라 수익성이나 매출 규모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양사 모두 올해 투자 성과가 본격화되면서 순위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