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노 대통령, 권위주의 잔재 청산, 정경 유착 고리 끊어”
이해찬 “노 대통령, 이웃 아저씨처럼 다정한 미소를 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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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사퇴 파장...이명박 정부 초기 파행 길어질 듯
한나라당 지지자들 “구관이 명관 소리 들을 것 같다” 격노
[매일일보닷컴]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임기 내내 보수 언론 등의 ‘왜곡된’ 보도 속에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늦게나마 세인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 반면, 보수 언론 등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탄생, 임기 초 화려한 ‘박수’를 받아야 할 이명박 당선자에겐 ‘비난’과 ‘원망’의 목소리부터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인사정책 및 인수위의 지난 2개월 가량의 행보에 대해선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들도 매일같이 사설과 논평, 만평 등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대로 가다간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해 '백전 백패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찌됐든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일정인 24일.
이날 이임 환송 만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별사를 통해 “어떤 정치인이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이렇게 외롭고도 힘든 일을 오로지 국민과 미래만을 바라보며 할 수 있겠나”라며 아쉬움을 표현한 뒤 “노 대통령은 권위주의 잔재를 청산하고 정경 유착의 질긴 고리를 끊어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았다”고 평가했다.
한 총리는 또 노 대통령의 임기중 공적으로 ▲ 부동산 가격 안정 ▲ 공공부문 혁신 ▲ 남북정상회담 ▲ 한미자유무역협정 ▲ 여수 엑스포 유치 ▲ 국방 개혁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노 대통령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한다”며 “지난 5년 간 유가가 세 배 이상 오르고 환율이 급락하는 최악의 교역조건 속에서도 수출은 매년 두 자리수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어 “대통령이 걸어온 발차쥐는 앞으로 선진 한국의 굳건한 토대가 되어 길이길이 이어져갈 것”이라면서 “내일이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위대한 시민으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건배사를 통해 “이웃 아저씨처럼 옛날과 같은 다정한 미소를 늘 함께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배를 제창하겠다”고 한 뒤 ‘노 대통령과 권 여사님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쳐 떠나는 대통령 내외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외에도 한명숙 전 총리 역시 건배사에서 “이제 우리가 한 정책의 방향과 일은 앞으로 국민이 평가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의 행복이 대한민국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그렇다면 국민은 정말 참여정부의 마지막 바람대로 다사다난했던 5년 간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시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줄까.
지난 두 달 간 이명박 차기정부 인수위 시절 지지율이 60%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참여정부 인수위에 대한 5년 전 지지율은 80% 안팎을 기록하는 등 참여정부 초반의 ‘에너지’는 그야말로 힘이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등 탈권위와 민주적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기조에 빠져 지난 5년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 나머지 서민경제를 어렵게 했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개혁정권의 역사적 의미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상태로 만들었고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했다.
어려운 경제는 결국 한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CEO 출신’ 대통령을 탄생하게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치적조차 비아냥을 받으면서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간다.
시선을 돌려 노무현 대통령이 귀향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로 눈을 돌려 보자. 이 곳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다. 봉하마을에는 이날 휴일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진영새마을부녀회와 진영농협고향주부모임, 적십자 회원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은 마을회관에서 1t 분량의 무와 콩나물 40통, 각종 야채 등 1만 명이 먹을 수 있는 국밥 재료를 손질하고 있으며 광장 맞은편 논바닥에 마련된 40여개의 식당용 천막에는 7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19개의 대형 솥이 설치됐다.
마을회관 옆 광장에는 각종 조명이 갖춰진 행사 무대가 설치돼 막바지 단장을 하고 있다. 여기다 일부 행사 관계자들은 행사장 마무리 준비와 함께 점검에 나서고 있었으며 노 대통령의 생가에는 이날 하루동안 3000여명이 방문하면서 온 종일 북적였다.
마을입구에서부터 노 대통령 사저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과 진영읍 사회단체, 일반 주민 등이 노 대통령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빼곡하게 설치됐으며 대형 애드벌룬을 띄워 환영분위기를 고조시켰다.주민들은 국정수행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귀향하는 노 대통령 내외를 한마음으로 맞을 계획이다. 진영읍 자생단체 회원인 지모씨(59.여) 등 주민들은 "노 대통령의 귀향은 역대 대통령으로선 처음있는 일이다"며 "앞으로 주민들은 노 대통령과 희노애락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귀향 환영행사와 관련, 선 추진위원장은 "추진위 소속 단체와 지역 주민, 김해시, 경찰 등이 모두 협조해 내실있고 겸허한 환영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귀향일인 25일에는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시선을 미래로 돌려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이후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타고난 승부사’로서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또 다시 뉴스메이커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임기 마지막 한달 전까지도 쓴소리를 내뱉었던 경험에 비춰볼 때, 자칫 이명박 정부의 허점이 보일 경우, 직설화법을 통해 4월 총선을 좌지우지 할 가능성 역시 크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뜻과 의사를 전달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키로 한 것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노사모’ 역시 봉화마을을 중심으로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재야인사’ 노무현 대통령이 ‘힘’을 얻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이젠 시선을 이명박 차기 정부로 돌려보자. 이명박 정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흔들리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이뤄 놓은 ‘프레임’에 이명박 차기 정부가 걸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인사검증 시스템. 이명박 차기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스게 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장관 내정자가 24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이 내정자의 자진 사퇴로 자질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와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 등의 연쇄 사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통합민주당이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논문 표절은 물론 자녀들의 국적 문제에 엄격한 검증 잣대로 공세를 강화할 경우 새 정부 출범의 파행이 길어질 수도 있다. 연쇄 사퇴가 현실화되면 해당 부처 장관 내정자를 다시 물색하고,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해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실제로 민주당은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박은경 환경장관 내정자는 절대농지 편법 매입 의혹을 받고 있으며,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는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가족들의 이중국적 취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각료들의 도덕성 문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민주당의 색깔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대안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게다가 대선 이후 독주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해 ‘거대 여당 견제론’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한판 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총선 셈법에 따라 민주당은 새 정부 각료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부실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검증 작업을 하겠다고 밝혀 새 정부 출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반면 한나라당은 새 정부 각료들이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될 경우, 과반 의석은 커녕 야당에 대한 견제 심리 발동과 함께 도덕적 잣대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과 위장 전입 등 구체적인 의혹이 드러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에 화살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내에서 도덕성 논란이 있는 인사들을 겨냥해 “해명하지 못하는 경우 깨끗하게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은 도덕적 논란이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 사전에 논란의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서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논문표절은 물론 자녀들의 국적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총선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을 이유로 무려 5명의 장관을 낙마시킨 바 있어 이같은 도덕성 논란이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 오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문제가 있는 일부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의 교체론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고 있다.당내 분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수도권의 한 중진은 “특히 몇 사람이 도덕성을 의심 받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스스로 깨끗하다는 것을 해명을 하고, 해명이 안 되면 사퇴하는 게 맞다”며 “도덕성의 잣대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은 “(부동산 의혹이 불거질 경우) 총선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할 수는 없고,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경위로 반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 청문회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일단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를 검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과 위장 전입 등 구체적인 의혹이 드러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화살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때 위장전입 및 논문표절 등 도덕성을 이유로 탈락시킨 이들은 ▲2005년 이헌재 부총리 ▲2005년 강동석 건교부장관 ▲2005년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2005년 이기준 교육부총리 ▲2006년 김병준 부총리 등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2005년 위장 전입을 한 임야와 논밭의 부동산 수익이 7년 만에 4배인 91억으로 늘어난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이헌재 부총리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이중계약 등 의혹을 받으며 도덕적 자질이 추락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이 부총리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이 부총리의 해임을 촉구했다. 당시 전여옥 대변인도 “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인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부총리가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공세를 취한 바 있다.
2005년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처제와 고교 동창이 각각 인천 중구 을왕동 일대 밭 1118평과 680평을 매입해 개발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차남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5급 직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 밖에 이기준 교육부 총리는 건물을 아들 명의로 등기하는 등 거액의 부동산 재산을 은닉한 의혹을 받아 낙마했고,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은 경기도 용인 일대 농지를 취득하면서 위장 전입을 하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 사퇴했고, 김병준 부총리는 논문 표절시비로 일주일 만에 낙마했다.
이런 까닭에 대선 때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격노하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이명박 초대 내각 및 수석비서 인선을 질타하며 4월 총선에서의 역풍을 우려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글을 통해 “구관이 명관이란 소리 들을 것 같다”며 분노하고 있다.
ID ‘이용창’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를 보고 걱정이 태산같이 든다”며 “이 대통령의 인사원칙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대변인이 나와서 그 사람들의 그러한 결격사유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투의 말을 한 것 같은데 어불성설”이라며 “사욕을 위하여 무슨 짓이든 해온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심없이 일 할 턱이 없다”며 문제 후보들의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ID ‘최창기’는 “왜 이렇게 속이 답답한지 모르겠다”면서 “새 대통령 당선되고 기분 좋던 시절 벌써 사라진 건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 들을 것 같아 겁난다”고 탄식했다.
ID ‘송규완’씨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맞기는 격”이라고 주장했고, ID ‘이효신’은 “썩은 냄새가 풍기고 있다”고 개탄했다. ID ‘송용준’은 “아연실색”이라고 표현했고, ID ‘유승천’은 “기쁨은 채 두 달 만에 끝났다”고 절망했다.
특히 자신을 이 당선자 고향 포항의 지지자라고 밝힌 ID ‘서무환’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포항에서 생생하고 급박한 민심을 전해 올린다”며 “이번 부동산왕국 내각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민심이 새 정부와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민심이 천심이며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4월 총선에 예상치 못한 심한 역풍을 각오하셔야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