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자 부엌칼과 몽둥이로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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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자 부엌칼과 몽둥이로 위협했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7.25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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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 외모∙유창한 영어로 10~50대 한국여성 유린한 불체자 ‘경악’

사냥질’ 위한 마약수입 다반사…시간만 되면 서울 곳곳에서 ‘범행’
성폭행 전 과정 촬영 후 피해자 길가 버렸다…4년 전에도 ‘같은 짓’

[매일일보닷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한 뒤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일삼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최근 붙잡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0일 10대 여학생부터 50대 중년부인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여성들에게 환각성 물질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성폭행한 방글라데시인 M씨(39∙불법체류자)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M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일주일 전인 13일 자정 무렵 이태원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모(15)양에게 접근해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집에서는 20여 명의 10~50대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테이프 16개와 마약성분의 신경안정제 100여정이 발견됐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피의자 M씨가 지난 2004년에도 성폭행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풀려난 이력까지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광객으로 위장해 ‘먹이사냥’

20여명의 여성들에게 잊고 싶은 고통의 기억을 남긴 피의자 M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13일에 벌어진 이양 감금∙성폭행 사건 때문이다.경찰에 따르면 자정을 넘긴 12시 30분께, 이태원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이양은 친구로부터 갑자기 나오지 못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전날인 토요일 오후부터 밖에서 놀았던 터라 수중에 돈이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 이에 이양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차비를 구걸하기 시작했고, 이 모습이 먹이사냥에 나선 ‘사냥꾼’ M씨에게 포착됐다.  M씨는 이양에게 다가가 경계심을 풀 수 있도록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낯선 한국땅에 혼자 관광을 온 사람인데 학생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친구를 만난 것 같다”는 뉘앙스의 어눌한 한국말과 함께 영어를 섞어 말을 하는 모습에 안심을 한 이양은 “점심 때부터 굶어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이어 M씨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근처에 있던 패스트푸드점으로 이양을 데리고 갔다.

M씨는 이양이 햄버거를 먹는 동안에도 콜라를 직접 리필하는 등 ‘불순한 의도’의 호의를 계속해서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콜라’에 있었다. 콜라를 리필해오면서 음료 속에 환각물질이 섞여 있는 약을 탄 것.
한편 정신을 잃은 이양이 눈을 뜬 곳은 용산구 보광동 M씨의 집. 자신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아챈 이양이 112에 신고 하려하자 M씨는 휴대폰을 빼앗고, 주먹 등으로 얼굴을 때려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양은 M씨에 의해 그의 집에서 약 30시간 동안 감금돼 있으면서 3회에 걸쳐 강간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이 다가오자 M씨는 이양을 더 이상 집에 가둬둘 수 없다고 판단, 이양에게 또 다시 마약을 먹인 후 지하철 전동차에 버려뒀다. 약에 취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이양은 시민의 신고로 지난 14일 아침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발견됐다.이와 관련 이양은 경찰조사에서 “콜라를 마신 후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이상해졌다”며 “이후의 일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M씨는 이양의 진술과 달리 “머리가 아프다고 말해서 약을 줬을 뿐”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머리 아플 때 이 약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에 대한 반응의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0.03g만 투약해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며 “정신이 몽롱해지고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등의 마약반응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강하고 빠르게 온다”고 전했다.

보관된 섹스동영상만 20여편, 피해자도 20여명

M씨의 취향(?)은 미성년자에 국한돼 있지 않았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섹스 동영상에는 자신의 조카 뻘 되는 여중생들부터 10살 이상 나이차가 나는 중년 부인들까지 등장해 대부분 연령대의 여성들이 그의 ‘표적’이 됐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또 동영상 속 여성들은 하나같이 마약에 취해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는 게 경찰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동영상 속 40대 초반의 한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2년 전쯤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소개하는 M씨 길에서 우연히 만나 성관계까지 맺게 됐다”며 “그러나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그런 일(처음 만난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은 평소의 나라면 생각지도 못할 행동”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M씨는 ‘성폭행’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합의하에 이뤄졌고, 약을 먹인 사실 또한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이양에 대해서는 ‘마약’이 아닌 자신이 갖고 있던 ‘두통약’을 먹인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20여개의 섹스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취미’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M씨가 관광객인 것처럼 어눌한 말투로 한국여성에게 접근해 “영어를 알려줄 테니 친구하자”며 치근덕대는(?) 등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이 같은 수법으로 여성들을 강간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M씨는 ‘진짜’ 관광객처럼 보이기 위해 명동, 남대문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범행대상이 확보되면 정신을 잃은 피해여성들을 택시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4년 전에도 유사범죄로 입건된 적 있어

경찰에 따르면 용산구 보광동 옥탑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M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형광등을 포장하는 모 업체에서 노동자로 일 해왔다. 지난 99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M씨는 2001년 고국인 방글라데시로 돌아갔다가 2003년 12월 1년 단기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비자를 갱신하지 않은 채 불법체류자 신세로 지금까지 한국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취업비자가 만료되기 전인 2004년에는 성폭행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났던 전력까지 있어 M씨의 범행이 최근 한 두 해에 걸쳐 일어난 게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2004년 당시에도 남대문 시장에서 관광객으로 가장,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면서 “성관계를 맺으려는데 여자가 반항하자 부엌칼과 몽둥이를 들고 위협해 피해 여성이 샤워를 하겠다고 핑계를 댄 뒤 알몸으로 도망친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많은 이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 호의적”이라며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자칫 방심하다간 씻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전했다. 한편 불법체류자 신분의 M씨는 한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후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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