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경기가 좋을 때는 담보가치를 관대하게 평가해 부실자산을 늘리고, 불황일 때는 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돈줄을 막는 등 대출 담보물에 대한 금융회사의 ‘고무줄’ 평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지난 5월 영업정지된 한주저축은행이 감정평가사들을 매수해 담보물의 가치를 부풀린 감정서를 토대로 226억여원의 부당대출을 하고 80억원을 되돌려받았다가 처벌된 바 있는데, 유사사례와 관련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감정평가법인 선정기준 초안을 금감원에 제출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제출한 감정평가법인 선정기준은 법인 설립연도, 지점 수, 임직원ㆍ감정평가사 수, 수행실적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은 법인과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모범 규준 초안을 보면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입맛에 맞춰 담보물 가치를 ‘뻥튀기’해 논란을 빚었던 저축은행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감정평가법인과만 거래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담보물 감정평가법인 선정을 위한 모범규준을 늦어도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고, 은행의 담보물 자체 평가범위를 두고도 연구용역을 주문하고 연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가이드라인에서 감정평가법인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결국 대형 법인 10~15개 정도로 대상이 추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감독당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별개로 은행권도 자체 평가할 수 있는 담보물 범위와 관련해 감정평가법인과 용역연구를 공동 발주하고 연말까지 결론 낼 예정이다.
올해 초 금융위는 감정가 20억원 이하의 담보물은 은행이 자체 평가하도록 은행법 감독규정을 개정하려 했지만, 은행이 담보물의 90%를 평가할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감정평가협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일정규모 이하는 은행이 자체평가, 그 이상은 외부 감정평가회사가 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일정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잡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해당 기업이 원하면 은행이 아닌 외부업체에 감정평가를 맡기는 방안도 논의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자체평가 범위를 넓게 잡으려 하겠지만, 자체 평가범위가 너무 넓으면 대출자산 건전성이 멋대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