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처형됐다던 김혁철도 4월 13일 목격된 정보 있어
근신 중이라는 김여정도 4월 정치국 회의 참석 '휴식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으로 숙청설이 제기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연관람을 수행해 건재함을 입증했다. 북한이 국내에서 제기된 숙청설 보도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건재를 확인시켜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3일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일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행원 중 한 명으로 김 부위원장의 이름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김영철 숙청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보도에서 김영철이 비핵화 협상을 총괄할 당시 북한 주요 매체 보도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온 것과 달리 당의 다른 중앙위 부위원장들 중 9번째로 이름이 호명됐다. 이를 고려할 때 김영철의 정치적 위상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한 언론은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혁명화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를 처분받아 자강도에서 강제노역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는 실무협상 담당자인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 3월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고 김성혜 통전부 통일정책실장은 정치범 수용소행 처분을 받았으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근신 중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보도는 숙청에 대한 익명의 소식통 전언과 4월 30일자 노동신문 논설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노동신문 논설에는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3년 12월 장성택의 숙청 당시 나왔던 표현이므로 숙청 정보를 뒷받침한다는 게 당시 언론 보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숙청 보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노이 노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영철이 강제노역형에 그친 반면 아래 실무자인 김혁철이 처형당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숙청 시점과 숙청을 암시한 노동신문 논설과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특히 김혁철과 관련, "3월에 처형되었다는 김혁철이 4월 13일에도 목격되었다는 비교적 신뢰할만한 정보가 있다"며 "이 같은 정보가 맞는다면 김혁철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북한 지도부가 지금까지 중요 간부들을 처형할 때에는 거의 항상 강건종합군관학교를 이용했지 미림비행장을 이용한 적은 없기 때문에 김혁철을 미림비행장에서 처형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김여정에 대해서도 "지난 4월 9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김여정이 참석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회담 결렬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김여정 근신설은 근거 없는 것이며, 몸이 약한 김여정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정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에 건재가 확인된 김영철에 대해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이후 김영철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가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북한 지도층이 이용하는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비교적 신뢰할만한 정보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 관람에 김영철을 동행시킨 것은 그의 치료가 끝난 상태에서 한국에서의 '김영철 노역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