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의 가교 역할 맡은 정무수석실 앞장서 파장 더 확산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청와대가 정당 해산 국민청원을 두고 ‘국민의 질책’이라고 답한 지 하루 만에 국민 투표로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국민의 열망’이라고 언급했다. 이틀 연속으로 청와대 정무라인이 청원 답변 형식을 빌려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를 비판함과 동시에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야당을 겨냥한 모양새다. 정무라인의 핵심 임무가 야당과의 가교 역할임을 고려할 때 청와대가 작심하고 야당과의 각 세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오전 청와대 ‘소셜 라이브’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답하며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4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일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며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국민이 뽑아준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했다.
이에 복 비서관은 “청원인의 답답한 마음, 안타까운 말씀을 돌아보며 며칠을 고민했다”며 “이번 청원은 현재의 대의제 하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대리자를 선출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일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 청원은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어내자는 국민의 열망이며 보다 적극적인 주권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민주주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했다.
복 비서관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권력의 감시자 및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려는 국민 요구를 반영해 직접민주제를 대폭 확대한 개헌안을 제안해 국민소환제를 제도화하려 했으나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3개 있지만 국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며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정무라인을 통해 국회를 비판한 바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국당·더불어민주당 해산청원에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한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야당 심판론’을 제기한 것이란 지적과 함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 운동과 다름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본래 취지와 달리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돼 진영대결을 부르고, 청와대가 이에 답하며 해당 제도가 정파적인 용도로 오용된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물론이고 국민소환제도 한국당을 직접 겨냥한 청원이었다. 청원 내용상 여권 지지자들이 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