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성매매 or 합의된 성관계…‘아리송’
가출해도 아무 걱정 없다? 청소년 탈선 조장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동거’는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공중파, 케이블 방송을 막론하고 동거를 미화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현실 속에서도 동거를 하고 있는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동거족들 사이에서 동거문화가 변질돼 오고 있다. 숙식이 필요한 여성과 경제력이 있는 남성 사이의 맞춤 성매매, 즉 ‘홈섹스 메이트’ 형태를 띠고 있는 것. 남성이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여성은 자신의 性을 그 대가로 치른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상에서 홈섹스 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카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만 명에 달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카페도 있다. 특히 이 같은 변질된 동거문화는 안정된 보금자리를 장기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탓에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모님과의 마찰로 돈 한 푼 없이 급하게 집을 나왔던 A씨(21∙여)는 현재 압구정동의 105㎡(32평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일까, A씨가 가출 5달여만에 서울의 ‘노른자 지역’에서 살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30대 중반의 남성의 집에 ‘홈섹스 메이트’로 들어가 동거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동거카페’를 알게 돼 무료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 주겠다는 글을 올린 동거남을 만나게 된 것.A씨는 이제 매일 밤 어디에서 잘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밥 굶을 걱정도 없다. 단지 매일 밤 섹스를 해야 하지만 거리생활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생활은 너무나 행복할 뿐이다.A양이 동거남을 만났다는 동거카페는 2003년 모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것으로 지난 3일 기준 49,244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개설 6년차가 된 현재까지 동거녀를 찾는 남성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여 개씩 등록되고 있었다. 또 이들 남성의 집을 노린 일부 여성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클릭질을 하고 있을 터.“제발 저랑 같이 살아요…단 못생기면 퇴짜”
본지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직접 한 인터넷 동거 카페에 가입해봤다. ‘서울 신림동 오피스텔, 여자 하메(하우스 메이트의 준말)만 무료입주!!’ ‘집 나와서 자기 한 몸 누울 곳 없는 여자분 우리 집으로 오세요’ ‘함께 살 애인구함! 그냥 여자면 OK. 세금, 월세, 보증금 없어도 돼요’ 각종 보증금, 공과금, 월세 등 ‘무료’를 외치며 함께 살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늑대들의 글이 넘쳐났다. 개중에는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공과금 등을 분납하자는 남성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성들을 무료로 입주 시켜주겠다는 조건이었다. 방 2개 이상의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남성들도 있었고, 원룸에서 살고 있는 남성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자 하메’를 원하고 있었다는 점.“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34살의 회사원입니다. 회사 때문에 서울집에서 나와 살고 있는데 혼자 지내려니 많이 외롭네요. 이곳 원룸에서 함께 살 여성분을 찾고 있습니다. 통통한 체형에 활달한 성격이었으면 좋겠네요. 제 키는 178㎝이고, 성격은 유머러스하고 자상한 편입니다. 얼굴도 중간은 합니다. 제 차로 이사도 해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함께 살게 되면 필요할 때 차도 사용하셔도 됩니다. 생활비는 얼마가 들던지 제가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여성분들은 문자나 전화주세요.”
기자는 방을 구하고 있는 여성으로 가장해 해당 남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메를 구했냐’는 문자를 보낸 지 약 2분 만에 대뜸 기자의 나이를 묻는 답장이 왔다. 그리곤 자신을 연봉 4,300만원을 받고 있는 준수한 스타일의 남성이라고 소개하며 기자에게 키와 스타일을 묻더니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약 보름 전 게시물을 올린 이 남성에 따르면 이후 7~8명의 여성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중 반수 정도는 실제로 만남을 가졌으나 여성의 외모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숙소는 물론 식사를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지불하는 조건에서 상대방의 외모 정도는 골라야하지 않냐는 것. 또 이 남자는 용인에서의 출퇴근이 불편하다면 경기도 안산의 회사숙소로 함께 이사를 갈 수도 있다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또 다른 남성과의 연락을 시도했다. 게시물을 통해 여성이 10만원 정도의 공과금을 납부해하라고 제시한 32세의 이 남성은 방 3개짜리의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오빠-동생, 또는 애인처럼 지낼 20대 여성을 찾고 있다는 이 남성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집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또 기자가 거주할 곳이 생겨 입주하지 못하겠다고 하니 10만원의 공과금도 내지 않아도 되니 무료로 함께 살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함께 살면서 여자친구 역할을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모 은행에 다니는 은행원이라고 소개했다.노골적 성관계 제안도 비일비재
아예 처음부터 게시물에 한 달에 몇 회 이상의 성관계를 하우스메이트의 조건으로 걸고 있는 남성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무상으로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생판 모르는 남녀끼리의 동거는 위험천만한 게 사실이다. 성관계가 없는 조건으로 ‘유상동거’를 시작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힘이 약한 여성은 성폭행 위험에 노출돼있는데다가 이후 남자가 경제력이 적은 여자에게 방값 대신 성관계를 요구할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가출 청소년을 노린 늑대
단순한 호기심과 경제적 비용절감 차원에서 시작하는 낯선 이와의 동거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