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부가 고액 자산가의 ‘부의 대물림’에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낮춰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는 등 탈세 혐의가 있는 고액 자산가와 30세 이하 무직자·미성년자 갑부 21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다고 19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219명 가운데 고액 자산가는 72명, 보유 재산 대비 수익원이 분명치 않은 30세 이하는 147명이다. 이 가운데 학생은 12명, 가장 어린 나이는 5세였다.
조사대상자들의 재산은 총 9조2000억원이다. 특히 30세 이하의 평균 자산은 1인당 44억원이었다. 국세청이 이들의 재산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고액 자산가 72명의 재산이 2012년 3조7000억원에서 6년 만인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30세 이하 147명의 재산은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1조 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조사 대상 사례를 보면, 제조업을 하는 부모가 상가건물 여러 채를 뚜렷한 소득이 없는 20대 초반 자녀와 공동명의로 취득하거나, 성형외과 의사가 비보험 수입금액을 탈루해 조성한 자금을 미취학 자녀 명의로 고금리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편법 증여한 혐의가 있다.
이번 조사대상 선정에 참고한 앞선 조사에선 해외 현지법인 투자나 차명회사 거래 등 형식을 통해 회사 자산을 교묘히 빼돌리거나 미술품, 골드바 등을 활용해 기업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에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로 통행세를 걷거나 부당 내부거래를 한 뒤 이런 수법으로 만든 비자금으로 자녀의 재산을 늘리거나 경영권을 승계토록 한 유형도 있었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를 통해 탈세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추적·과세하고, 세법 질서에 반하는 고의적 악의적 탈루행위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 처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