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어떤 사람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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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어떤 사람이길래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1.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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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저작권법 위반·법원장 시절 대기업에 물품 협찬 요구 의혹 등 자질 논란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둘러싸고 자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법복을 입고 촬영한 프로필 사진.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매일일보]친일파 옹호 판결 전력 등으로 인해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으로부터 거부감을 사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과거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자질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동흡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1995년 6월 서울 송파구에서 거주하던 이 후보자는 가족 중 본인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지를 옮겼고,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송파구로 주민등록을 옮겨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의 의혹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헌법재판관 재임시절 헌재 구내식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책에 함께 쓴 헌법 연구관들의 이름을 빼고 본인 이름만 넣어 저작권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고, 법원장 재직 당시 대기업의 물품 협찬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야당 등 정치권 주변에 따르면 이동흡 후보자는 2005년 말 수원지법장 재직 당시 대규모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경품 추천행사를 해야겠으니 ‘삼성’에서 물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판사와 법원 직원들은 “삼성은 (수원의) 관내 기업이고 민형사 사건도 많으니 협찬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이 후보자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재차 지시한 걸로 알려졌다.

결국 판사와 직원들의 적극적인 반대에 밀려 ‘삼성 협찬’은 무산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될 사람이 실정법 위반 의혹을 넘어 뇌물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격”이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보수색 짙은 인물

이동흡 후보자는 지난 1992년 헌법연구부장으로 헌재에 파견돼 2년간 근무했고,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몫으로 추천받아 지난해 9월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내 헌재 내부 사정과 헌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대구 출신에 경북고·서울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대구·경북(TK) 출신인데다 가장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인물로 꼽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헌재소장은 헌재의 수장으로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며 헌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자리인데 자신의 성향을 고집할 경우 자칫 균형감을 잃을 수 있고, 전형적인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 취임 이후 정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현재 헌법재판관 구성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재판관과 지난해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이수 재판관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또 서울대 법대 7명, 고위 법관 출신 6명, 공안 분야 검찰 고위직 출신 2명, 남성 8명 등의 비율까지 고려하면 점차 보수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 판결

이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 “후보자간 조직 동원력, 경제력에 따른 불균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합헌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리는 전기통신기본법 규정에 대해서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소수 의견을 내 처벌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 외에도 야간옥외집회 금지 합헌, 사형제 합헌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주요 사건에서 대체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법관 시절인 지난 2003년 1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8개 계열사에 부당내부 거래를 이유로 100억여 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에서 과징금을 대부분 취소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사건에서는 검찰이 갖고 있는 미군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을 때에도 진보단체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가장’ 보수적인 성향 중 한 명으로 ‘가장’ 보수적인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관 구성상 이 후보자까지 합류할 경우 헌재 보수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지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확정 이후 처음으로 영향력을 미친 법조계 인사로, 법무부 장관과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 인사까지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오는 21~22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이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박 당선인 취임 한 달여 전부터 임기를 시작해 6년간 소장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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