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와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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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AI와 사법제도
  • 고영상 변호사
  • 승인 2019.12.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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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상 엔케이 법률사무소 변호사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차 등 생산설비는 물론 의료, 자율주행 등 전문분야에서도 그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세돌 9단과 AI와의 바둑 대결은 그 기술의 진보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다양한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당장은 위험하고 육체 강도가 높은 직군에 대한 대체가 이루어지겠지만, 전문지식으로 필요로 하는 직군도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법조계도 다르지 않다. 특히 사법부 판결에 대한 불신이 큰 우리사회에서 판사를 AI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많다. 법률 및 판례를 인공지능에 입력하여 활성화시키면 전관예우 등 사적 인연에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판결이 선고된다는 논리이다. 변호사나 검사도 동일한 지적을 받는다.
법조인이 하는 일이라는 게 법령을 해석 적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률분쟁 사례들을 인공지능이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재판은 돈을 넣으면 물건이 나오는 자판기 이상의 작용을 한다. 민사재판은 조정을 통해 당사자가 쌓아왔던 감정을 풀고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재판절차와 판결을 통해 피고인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고 다시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내 의뢰인은 만19세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여 3개월 되던 날 선후배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대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했지만, 일부 정황은 도저히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수다단계에서부터 사실과 다른 부분은 다르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그러한 항변이 불쾌했는지 공소사실에 의뢰인이 수치스러울만한 내용을 굳이 기재하여 재판정에서 그 내용을 읽었다. 필자는 재판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했고, 유무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은 사건을 완벽하게 파악했고, 구속을 두려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피고인에게 친절히 재판절차를 설명하고 훈계를 하며 재판을 진행했다. 검사가 굳이 적시했던 부분을 판결문에서 삭제했고 판결선고일 다수의 사람들이 재판정에 있는 것을 고려하여 의뢰인에 대한 범죄사실도 낭독하지 않았다. 의뢰인은 판결 직후 다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며 피해자 및 자신의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자판기에서 나오는 음료처럼 판결문이 나오는 것보다는 변호사가, 검사가, 또 재판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왜곡된 심정과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고 아직 사회가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법제도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많은 법률가들이 단순히 결론을 내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가들이 많아져 사법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찾는다면 AI가 법조인을 대체하는 시기는 요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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