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화학 투자 위한 매각이라는 분석도
대림 “우연히 시기 겹쳐 유동성 부족하지 않다”
다른 투자도 수조원 필요… 자금 조달 어떻게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대림산업이 주상복합시설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비주거시설을 6000억원에 매각했다. 석유화학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한 실탄 장전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림이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다른 사업들에 들어갈 비용도 수조원에 달해 이에 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은 지난 25일 2021년 1월 완공 예정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비주거시설 매각 결정을 고시했다. 계약 상대는 LB전문투자형27호사모부동산투자 유한회사고 매각 금액은 6000억원이다. 해당 건물은 뚝섬에 위치한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와 맞닿아 있고 2호선 뚝섬역, 성수역과도 가깝다. 향후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할 ‘캐시카우’인 셈인데 대림이 이를 매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인수를 예고한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Kariflex)TM 사업부 인수 금액을 충당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 사업부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회사다.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시 밝혀진 총 인수금액은 5억3000만달러, 한화로 약 6429억원이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 정도 유동성이 없어서 건물을 매각한 것은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일”이라며 “직접 운영하면서 임대수익을 받는 것보다 처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해 매각한 것이다. 시기는 공교롭게도 겹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2019년 3분기 기준 대림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800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만큼 당장 대림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림은 국내에서는 여천NCC공장과 여수 석유화학공장에 대한 투자, 증설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투자를 준비 중인 해외사업장도 적지 않다. 대림은 태국 PTT와 함께 미국 ECC공장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ECC는 셰일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나프타를 분해하는 NCC 방식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높다.
양 사가 ECC 인수에 들일 비용은 5조원으로 추산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투자할 금액은 3조원까지도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사전에 필요한 비용을 투자 중인 단계라 수치는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림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연간 8만t의 폴리부텐(PB)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데도 투자 중이다. 윤활유, 연료첨가제, 점착제,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에 쓰이는 PB는 세계 시장 규모가 100만t에 달한다. 현재 여수 석유화학공장에서 매년 약 20만t을 생산 중이고 향후 25만t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우디 PB공장까지 완공되면 연간 33만t을 대림이 생산하는 셈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이 기존에도 NCC 등 화학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ECC 등에 투자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라며 “향후 ECC나 PB 투자에 들어갈 금액도 공사기간에 맞춰 순차적으로 들어갈 예정인 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추가자금조달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