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21대 국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두고 여야 간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공수처장 추천을 둘러싸고 제2야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성교섭단체' 카드를 언제 꺼낼지 재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제2야당 지위 확보를 위한 '의원 꿔주기'나 군소 정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 꼼수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예정일을 오는 7월 15일으로 정하고 공수처 출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제1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차기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제2야당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을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2명으로 구성된 것이다. 공수처장은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대통령에게 추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은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돼야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여야가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이어 '위성교섭단체'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제2야당 지위 확보를 위한 '의원 꿔주기'나 군소 정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 합종연횡에 나서는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는 지난달 23일 라디오에서 "열린민주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에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지난 1일 정책 공동선언식에서 "공수처 폐지 등 문재인 정권의 모든 악법들을 폐기토록 강력한 원내 투쟁을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