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오늘은 지구에서의 삶을 살아내야 하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미국의 한 기업에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200명가량을 화성 개척자로 우선 발탁해 7년 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우연히 뉴스를 들은 ‘성진’은 그 200명에 꼭 포함돼 화성에 가고자 노력한다. 서류심사까지 통과하지만 그가 마주한 가장 큰 장애물은 가족이다. 아내와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지 아닐지 알 수 없을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하면 될까? ‘성진’에게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자신의 꿈을 향해 돌진할 뿐이다.
우주로 날아가는 이벤트가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에도 사람들은 한없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갈등하고 좌절한다.
단편소설 ‘우리 아빠’로 제21회 심훈문학상을 받을 당시 “발랄한 상상력에 현실의 질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구모룡·홍기돈 문학평론가, 방현석 소설가)는 평을 받은 것처럼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현실과 상상을 뒤섞었다.
국가에서 출산과 양육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한다면?(‘우리 아빠’), 노인세대가 급등한 시대의 프로스포츠는 어떻게 될까?(‘A리그’), 인류보다 앞선 문명의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한다면(‘아라히임’) 그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강의 소설에서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결말을 향해 밀어붙이는 인물들과 답을 구하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는 인물들이 자주 교차하며 등장한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태도는 어쩌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경지인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홍기돈은 김강에 대해 ‘아나키스트의 출현’이라고 표현했다. ‘나름의 사상으로 무장하고 기존 체제를 낡은 것으로 규정, 이와 선 굵은 대결을 펼치는 작가’라는 것이다. 이는 일상의 세목에 집중하는 최근의 소설들과 비교할 때 김강만의 두드러지는 점이다. 정치 테러를 감행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밴타블랙 99.695%’, 권력 구조 바깥으로 이탈하려는 노숙자 ‘병철’의 일상을 따라가는 ‘잘 자, 병철’ 등에서도 그런 면모는 뚜렷이 드러난다.
사회에서 배제된 인물들을 감싸 안고 인간관계의 의미를 파악하는 작품들에서부터 권력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펼쳐지는 작품들까지 읽어가다 보면 소설가 김강이 세계와 대결하며 던지는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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