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전망치 65.0으로 역대 최저
미국 2분기 대공황급 경기침체 우려
내수 지표도 최악...5월 반등이 관건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일상 경제활동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늪에 빠진 내수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에 직면해 있어 수출 감소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요국 셧다운에 한국 수출 직격탄
수출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3%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9.4% 감소했던 2009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13.5%) △중국(-17.9%) △유럽(-12.8%)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 모두에서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품목별로도 △반도체(-14.9%) △디스플레이(-39.1%) △자동차(-36.3%) △자동차부품(-49.6%) △선박(-60.9%) △석유제품(-56.8%) 등 주요 수출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는 수출단가의 하락(-15.0%)도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경제봉쇄가 시작되면서 수출물량 자체가 감소(-11.0%)한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만약 주요국의 경제봉쇄가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수출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달 들어 미국 내에서는 각 주별로 부분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여당인 공화당 우세지역에서 경제활동 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활동의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올 2분기 미국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욱 참혹한 경기침체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 치솟는 실업률 등 경제 봉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자 일종의 모험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현재 하루 2만5000명 안팎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음달 1일쯤 하루 20만명으로 급증하고, 현재 하루 1750명 안팎인 사망자 수도 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량 감소 등 5월 수출도 빨간불
이처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더라도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회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2분기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5월 수출 전망치는 역대 최저치인 65.0을 기록했으며, 종합 BSI 전망치는 61.8로 지난달(59.3)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의 5월 중소기업경기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5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6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6포인트 하락, 2014년 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을 분석한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2분기에 접어들수록 커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가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면 실적 악화를 넘어 수출 체력의 고갈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수출이 최소 2분기까지 두 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4월 주요국들의 동시 록다운(lockdown)에도 수출물량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것은 시차를 두고 5월에 물량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2분기 수출이 최소 전년 동기 대비 18~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에 소비심리 크게 위축
이런 가운데 국내 내수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단 0.1%포인트 오른 104.95에 그쳤다. 지난해 0%대의 저물가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칫 저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소비 침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월(104.2)과 2월(96.9)에는 비교적 살아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3월(78.4) 급락한 이후 4월(70.8)에는 더욱 낮아졌다. 4월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있었던 2008년 12월(67.7)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CSI 가운데 앞으로 소비지출을 지금보다 많이 늘릴지에 관한 지수인 소비지출전망은 87로 현재 방식의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7월 이후 최저였다. 앞으로도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감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내수시장이 일부 활기를 띠고는 있지만 소비가 살아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