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악화로 투자기업 청산…업체 대표는 횡령
[매일일보 성현 기자] 굴지의 대기업 L사가 한 벤처기업에 100여억원을 투자했다가 사업 부진으로 투자금 전액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벤처기업 대표는 합작기업의 회삿돈 수십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적발됐다.
21일 검찰과 L사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8년 5월 은행에서 40억원을 대출받아 ‘국내 최초의 보험금 청구 자동화 기업’을 표방한 H사를 설립했다.
박씨는 의료정보업체인 M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당시 의료보험 시장이 민간에 개방되고 그 규모도 연간 11조원 규모로 추산될 정도로 커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보험금 청구 자동화’란 병원 입·퇴원 시 환자와 보호자가 제출해야 되는 각종 서류의 작성은 물론 민간보험사에 내는 과정 모두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의사 출신인 박씨가 대한병원협회와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제휴를 맺는 등 의학계에서 넓은 인맥을 보유 중이었고 보험업계에서도 보험사기 예방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봐 당시 유망 사업으로 평가됐다. 한 손해보험사는 이를 구체화시킨 보험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박씨와 L사의 관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H사 설립 직후 L사 측에 투자를 요청했다.
높은 사업성에도 불구, 민간의료보험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해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었다.
L사 관계자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돼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을 사업파트너로 얻은 H사는 이후 제휴 병원을 400여개까지 늘리는 한편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L사의 투자에도 H사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또 박씨의 M사가 청년 의사들의 노후 안정과 연구지원을 목적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복지공제회’와 체결한 각종 금융사업은 전공의들의 참여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고전 중이었다.
특히 이 사업에 참여했던 전공의들이 공동으로 납입금 반환소송을 진행, M사는 법적분쟁에 휘말렸다. 당시 소송참가자들이 산정한 피해액만 30여억원.
이에 박씨는 L사의 투자금이 포함된 H사 회삿돈 38억7000만원을 M사의 계좌 등으로 옮겼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서류위조와 공금횡령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회사를 설립할 당시 내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자본금을 반환받은 것”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H사는 결국 재무상태가 악화로 지난해 법인이 청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L사의 투자금도 공중분해됐다.
L사 관계자는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아픈 기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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