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제도적 민주주의를 넘어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로 '경제 민주화'를 역설하고 나섰다. 177석 슈퍼여당의 출범과 맞물려 임기말 정권 차원의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옛 남영동 대공분실(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더 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경제 민주화였다.
문 대통령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되어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며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이웃이 함께 잘 살아야 내 가게도 잘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와 관련, 177석으로 무소불위의 입법 권한을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과 손발을 맞춰 △금융그룹감독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연내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재벌개혁을 위한 이 법안들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관철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이 남측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공식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민주화 유공자들에 대해 헌정 사상 최초로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고(故) 이소선 여사(전태일 열사 모친),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박정기씨(박종철 열사 부친), 고 성유보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고 김진균 교수, 고 박형규 목사, 고 김찬국 교수, 고 권종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 배은심 여사(이한열 열사 모친) 등 모두 12명이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6.10민주항쟁을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맥을 잇는 민주화의 큰 흐름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