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불 끄다 다쳤다고 징계·없는 장비 착용안해도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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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불 끄다 다쳤다고 징계·없는 장비 착용안해도 징계
  • 최필성 기자
  • 승인 2013.04.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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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애매모호한 안전수칙 논란…일선, 인사불이익 우려 공상처리 막기도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의 한 가구점포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화재로 같은 건물에 있던 점포 10곳을 타고, 당시 가구점 안에 있던 1명이 안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인명 피해가 있는지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소방당국이 ‘주먹구구’식 안전수칙을 마련해놓고 이를 위반하는 소방관에게 징계 등 벌점을 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안전 수칙 중에는 지급조차 되지 않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이유로 징계를 내리게 한 조항도 있다.

24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 전라남도 소방본부 등은 방재청의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안전수칙 위반자에 대한 벌점제를 시행중이다.

지난 15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중인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현장 소방활동중 부상·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직원에 대해 징계를 하고 있다.

4주 미만 부상사고가 발생하면 훈계, 4주 이상 부상사고나 사망사고의 경우 경징계를 내리는 방식이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징계수위는 높아지고 징계 결과는 근무평정과 성과급, 각종 상훈 및 복지사항 등에도 반영된다.

문제는 위반 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안전수칙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현장소방활동 안전관리 지침’은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항상 경계심을 가진다’, ‘임의의 독단적 행동은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대원을 철저히 장악한다’, ‘흥분·당황한 행동은 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침착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안전수칙은 사후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이지만, 객관성을 결여하고 있어 자칫 자의적 판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안전수칙 중 하나인 ‘소방공무원 개인안전장비 착용기준’에는 화재진압 활동시 방화복, 헬멧, 안전화, 안전장갑, 방화두건, 공기호흡기, 인명구조경보기를 착용하게 돼 있는데, 인명구조경보기 등 일부장비는 지급조차 안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한 소방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 A씨는 “동료 소방관이 불을 끄러 현장에 나갔다가 다쳐서 공상처리를 하려 했다”며 “그러나 지휘관이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나면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소방관들의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A씨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처벌을 하기보다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늘려줘야 소방관들의 안전이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 운영과 관련, 구체적인 안전수칙 등 세부기준을 내달 중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미 일부 지방본부가 시행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작년 말 순직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방관들이 현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스스로의 안전을 먼저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 만든 제도”라면서 “구체적인 안전수칙 등 세부기준을 다음 달까지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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