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당권주자 이낙연 ‘내년 증세 논의’ 시사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오는 7월 말 예정된 ‘2020년 세법 개정안’ 확정을 앞두고 증세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증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6월 1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 기획재정위 발언)며 증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정처 “증세 또는 채무확대 선택해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펴낸 ‘사회보장정책분석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향후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장제도 성숙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증가하는 사회보장 지출을 부담할 수 있는 재원마련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증가하는 사회지출을 어떠한 재원으로 충당할 것인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을 발굴·분석해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원마련을 위한 대안으로 증세와 국가채무확대 중 선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와 관련, 현재 정부의 선택은 국가채무를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2023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가채무 증가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증세론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여권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지난 5월 펴낸 ‘진보진영의 복지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보편적 증세’의 필요성을 본격 제기하고 나섰다.
▮與싱크탱크 “부자증세 역부족...보편증세해야”
더미래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면세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음에 따라 우리나라 조세구조는 소수의 기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소수 상위계층에 대한 증세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부유세 등 세목신설과 자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 기존 세목에서 누진성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지출 예산을 충당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부유세 신설 및 기존 세수 확대로 고소득층 및 고액 자산가에 대한 증세가 모두 현실화 될 수 있다 하여도 OECD 평균 수준 복지비 지출의 절반 정도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고 봤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소득 면세점 인하 및 부가가치세 인상 등 보편증세를 통해 사회 전 구성원들의 기여 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연구소는 보편증세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적으로 비교해보아도 전체적인 조세 부담률이 매우 낮다”며 “2017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8.8%로 OECD 평균 조세부담률(25%)에 못 미치며 OECD 국가 중 7번째로 낮다. 조세부담 및 사회보장 기여금 비율을 합한 국민 부담률 역시 2017년 기준 26.9%로, OECD 평균 국민부담률(34.2%)에 비해 7.3%p가량 낮으며 전체 OECD 국가 중 하위 5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보편증세 두고는 찬성 vs 반대 갈려
하지만 보편증세에 대해서는 증세론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이달 미래통합당 주최로 열린 재정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대상에 대해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며 보편증세에 찬성했다. 반면 김유찬 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재정토론회에서 “증세를 수반하는 재정 지출 확대는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자산소득 및 자산거래에 대한 과세 강화는 자본의 실물투자로의 유도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회적으로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최근 보편증세에 대해 내년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 의원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활동 보고회를 마친 뒤 보편적 증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 국민) 고용보험을 포함해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내년이면 어디까지 할 것인지, 그에 따른 세수·세입은 얼마나 필요할 것인지가 나와 봐야 알 것”이라며 “그런 계산이 나오기 전에 증세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오이를 머리부터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