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잔류 靑비서실장에게도 귀국길에서야 지각 보고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청와대 방미팀의 ‘늑장 보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는가 하면 방미 기간 대통령을 대신해 청와대를 책임진 허태열 비서실장에게는 귀국길에서야 직접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이남기 홍보수석은 11일 춘추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 하루 시간차 보고’가 은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때 제가 (이 사실을) 안게 현지시간으로 8일 아침이고 9일 아침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이는 청와대가 처음 사건을 인지한 때로부터 25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다. 청와대 측은 “사태를 계속해서 알아봐야 할 사안이 많아 좀 더 조사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늑장 보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이 수석은 “그 때 바로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다는 게 거짓말 같을지 모르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다”며 “8일 워싱턴 행사 일정이 제일 복잡해 10분마다 장소를 옮기고 (그런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또 “24시간 만에 보고가 됐다고 하는데 전광삼 선임행정관에게 보고를 받은 후에 어떻게 됐다는 걸 외교부를 통해서도 알게 됐다”며 “가능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그날 저녁에 보고 드리려 했지만 대통령 일정이 너무 바빠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그는 “부속실에 알려야 되고 시간을 잡아줘야지 보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이 비행기를 탄다고 항상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며 LA행 비행 도중에도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해명했다.이를 두고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수석이 사건의 핵심과 위중함을 제대로 파악한 뒤, 이에 걸맞은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데 미숙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다른 한편으로는 청와대 방미팀이 이 사건이 공론화할 경우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보고시점을 늦추며 귀국 때까지 상황을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수석은 성추행 의혹 사건을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시점에 대해서는 “귀국길에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보고했다”며 “경질이 이미 결정되고 난 뒤에 비서실장에 연락이 간 것이냐”는 질문에는 “경질 사실은 이미 다른 사람이 보고한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이와 함께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미국 출국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가 만일 이번 사건 개요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암묵적으로 허가했을 경우 야권의 주장대로 ‘성추행 용의자’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윤 전 대변인이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한 시간은 8일(현지시간) 낮1시30분으로 미국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시점(8일 낮12시30분)과 불과 1시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국제선 탑승 대기시간이 통상 2시간인 점과 공항까지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사건이 접수되기 이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일부에선 청와대가 사건 접수를 사전에 인지하고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서 체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윤 전 대변인에게 서둘러 귀국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정황상으로는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최소한 8일 오전10시30분 이전에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간부터 진행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윤 전 대변인이 목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수석도 “합동연설 전인 9시30분쯤 선임행정관이 전화가 와서 처음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 선임행정관은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피해자가 ‘성추행 당했다’며 회의실에서 울고 있다는 내용을 현지 문화원 관계자를 통해 접했다”며 “바로 윤 전 대변인에 사실 여부를 물으니 ‘별일 없었다. 사실 무근이다’고 답했다”고 말했다.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대변인이 비록 부인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출국하기 6시간 전에 이미 청와대가 초기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얘기가 된다.나아가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합동연설 이후 전화를 걸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미국 소환 조사와 귀국 후 수사 받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한 점도 논란이다.비록 부하직원이라고는 하지만 청와대가 귀국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여권을 갖다 달라고 하자 현지 문화원을 통해 이를 전달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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