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개혁, 체질개선, 변화는 현재 진행 중
경제위기 파고에도 계열사 실적 개선은 성공
미래 경영키워드 없어 성장 동력 마련 난항
리더십 부재 속 차기 삼성 대권주자 관심 높아
이건희 회장이 ‘삼성 사원증’을 반납하며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은 이 전 회장 퇴진 외에도 전략기획실 해체,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도입, 사옥 이전, 조직 개편 등 안팎으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창사 이래 최대의 변화를 모색하는 와중에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겹쳐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는 등 독립경영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대내외 환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삼성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 다만 이 전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 경영이 사라진 지금 리더십 부재는 여전히 삼성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5년 후 10년 후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 또한 삼성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지만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구조가 해체된 상황에서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변화와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회장을 대신해 미래의 삼성을 이끌어 갈 후계자에 대해서도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차기 대권 후계 1순위였던 이재용 전무와 함께 최근에는 이 전 회장의 맏딸 이부진 전무도 후계구도의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월 22일 태평로 삼성 사옥에서 이건희 회장은 ‘퇴진’하겠다는 뜻과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경영기획실 사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작업이 6월 30일까지 차례로 이어졌고, 7월 1일 이 회장은 사원증을 반납했다.‘뉴 삼성’ 만들기 여전히 진행 중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특검의 회오리는 이병철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경영체제를 근간부터 흔들어놓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삼성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과 그룹 컨트롤 타워였던 전략기획실, 계열사 CEO라는 삼각체제는 사장단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그 뒤 1년 여 동안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왔고, 변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기존 전략기획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여하는 사장단협의회를 만들고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을 협의하고 있다.지난해 11월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사옥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이주를 마쳐 그룹의 새로운 진용이 갖춰졌다. 올해 초에는 전 계열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들어가 만 60세 이상 사장들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이어진 계열사 임원인사에서도 만 57세 이상 임원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력 삼성전자의 경우 800여명의 임원 중 3분의 2가 보직 변경됐다. 이와 함께 조직슬림화, 현장경영 강화를 축으로 강도 높은 조직개편이 단행되기도 했다. 지난 1년 간 삼성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그룹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독립경영이 삼성에 가지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았다. 세계적 금융위기까지 겹쳐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건희 전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없어졌지만 ‘관리’의 삼성에서 ‘효율과 창의’의 삼성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근 경영실적을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선방한 삼성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업계의 숱한 우려를 낳았다. 이 전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부재를 입증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예상외의 호조를 보인 데 이어,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직접 발표한 2분기 예상 실적에 따르면 시장의 기대를 배 이상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2조2,000억~2조6,000억 수준. 시장 전망치를 배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3분기 실적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현재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삼성전자는 물론 IT업종 주가에 상승탄력을 불어넣고 있어 역시 ‘삼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라는 이름이 곧 ‘삼성’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만큼 오늘날의 초일류 기업 삼성을 일궈낸 이 전 회장의 공백은 여전히 크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실제로 삼성 내부적으로도 리더십의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삼성은 큰 변화 속에서도 잘 헤쳐 나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5~10년 이후의 장기과제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다”며 “각 사별 독립경영체제 아래에서 발전은잘 해나갈 수 있겠지만 중간 중간 도약을 이끄는 힘, 리더십에 대한 부분은 삼성 내외의 공통된 고민거리”라고 말한다.글로벌 위기 속 삼성 실적 선방
이재용·부진 남매 후계구도 관심
올해 들어서는 특히 호텔신라와 에버랜드의 사업 협력이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며 이부진 전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이부진 전무의 에버랜드 경영참여가 결국 그룹 후계구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