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일시 美에 위임…비핵화 의지도 피력
[매일일보]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선군정치’를 표방한 북한에서 국방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북한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나온 이번 제안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는데, 미국 정부는 북미대화에 앞서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회담이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이다.국방위 대변인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대변인은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려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최근의 ‘핵보유국 고수’ 입장을 뒤집는 듯한 태도를 보기도 했다.북한의 이번 제안은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달한 6자회담 등 관련국과의 대화 의지 표명에 따른 후속조치로 평가된다.한편 이번 제의에 앞서 가장 최근이자 오바마정부 들어 첫 북미간 고위급 접촉 결과물이었던 지난해 ‘2·29합의’에서 양측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와 영변 핵활동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의 대가로 미국의 대북한 24만톤 영양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하지만 ‘2·29합의’는 발표 직후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항을 둘러싼 해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북미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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