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내부 불만 기류
상태바
與,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내부 불만 기류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3.06.18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법 완성도·갑을상생 명분… 실상은 ‘강도조절’ 비판

[매일일보 김민지 기자] 새누리당이 이른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법안과 남양유업사태법인 밀어내기 방지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입법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속도조절’ 움직임을 본격화 하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속도조절의 명분이 표면적으로는 입법 논의의 완성도를 높이고, 을(乙) 뿐 아니라 갑을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강도조절론’이 아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6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은 우선 처리하되 지배구조 개선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우선적으로 불공정 행위, 경제력 남용 행위에 대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6월에 우선처리해야지 않겠느냐”며 “다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아직 숙성이 덜 됐기에 계속 토론해서 입법 완성도가 높아지면 그 때 해야하지 않겠냐는게 대체적 컨센서스(였다)”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통칭되는 대리점 관계법도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되지만 입법 완성도를 높여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의총에서 당의 입장에 대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경실모가 추진하는 내용들은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왔다”며 “재벌과 관료집단의 영향력 팽창을 억제하고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실모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최대 10배의 징벌적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갑 횡포 방지법’을 추진했지만 당의 ‘중점 처리 법안’에서는 빠졌다. 이에 평소 ‘경제 구조 개혁’을 강조해 온 김 의원은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이) 실제로는 강도를 약하게 하자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며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야당도 새누리당의 입장을 경제민주화 ‘후퇴론’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입법을 지금 미루면) 국정감사가 끝나고 난 뒤 11월이나 12월이나 돼야 처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입법을) 안 하려고 하는거다. 속도조절을 하면 상황이 나아지나. 빨리 하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도 맞다. 답답하다”고 밝혔다.

실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경제민주화 보다는 경기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듯한 목소리도 들린다.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당 지도부 인사는 “기업이 살아야 하청업체도 산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무식한 얘기다. 낙수효과가 적었다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어쩔 수 없었잖느냐”며 “선거 때 (공약을) 안 했으면 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속도조절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입법 보채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이 창조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선정한 ‘6월 국회 111개 중점처리 법안’에 대한 지적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빠른 입법’을 주문하는 것은 청와대의 협조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당이 흡사 갑을 관계”라며 “청와대가 원청이라면 당이 (입법을 위한) 하청”이라고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