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발전 5개사의 사장 선임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내정설이 돌아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의 고질적 관행으로 문재인 정부가 근절을 약속했었지만 쉽게 풀 수 없는 구조적 난제가 노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전사들은 추후 기업공개를 추진해 외부 주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주주와의 이해관계 상충도 우려된다.
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산하 발전 5개사들은 지난주까지 차기 사장 후보자 면접을 끝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각사의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유력 후보에 대한 소문이 이미 이달 초부터 나왔다. 그 속에 한전 출신이나 정부관료 출신이 실명까지 거론되며 확률이 좁혀지기도 했다. 면접이 끝난 현 시점에서 남동발전은 예상대로 전 한전 출신 후보가 최종 경합 중이다. 서부발전도 내부출신과 한전출신 두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대결 구도 역시 예상 대로다.
동서발전이나 중부발전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후보가 관측됐으나 현 시점 경합단계에선 보이지 않는다. 사전 내정설이 알려져 낙하산 논란이 일자 입후보를 자진 철회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사 후보군에는 비전문 관료 출신이 입후보해 내부 출신과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사 관계자는 “전문성이 강점인 내부 출신과 대관 능력이 있는 외부 출신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개별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사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굳어진 행태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 후보를 최종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투명하지 못하다. 위원회는 각사 비상임이사로 구성되는데 역시 관료 출신이 눈에 띈다. 심지어 각 발전사 비상임이사 역시 특정 후보를 앉히려는 외부 압력이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사장 선임 절차에는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심의 의결하는데 그 다음 단계에 주주총회가 있다. 각 발전사는 한전이 100% 주주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전이 반대하면 사장 선임이 불가한 구조다. 다만 한전도 이런 부분을 의식해선지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전 출신 사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한전 출신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남동발전은 현 사장 역시 한전 출신이다. 업계에선 한전 출신 사장이 몇 곳의 발전사 직을 차지하는 게 관례라는 얘기도 있다. 정부는 발전사들의 독립적인 경영을 강조하지만 막상 한전 출신 사장이 선임 되면 거래관계에서 회사와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더욱이 발전사들은 상장 계획을 코로나19 등 사유로 잠시 보류한 상태라 추후 기업공개 되면 이런 부분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노총 산하 각 발전사 조합들은 단체 성명서를 통해 “화력발전공기업 사장은 향후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이라는 중요한 변환점을 맞아 지속가능성을 사수하고 발전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함께 고민해야 할 책무를 담당할 자리이다. 정권 차원의 보은 인사나 자리보전을 위한 비전문가 낙하산 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며 내정설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