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부동산 세금 높이는 연대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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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동산 세금 높이는 연대책임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3.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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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산업부 차장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필자는 연대책임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학창시절에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인데 똑같이 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도 연대책임에 대한 부당함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연대책임은 공동체의 연대감을 높이고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연대책임은 부정적인 감정만 부추겼다. 연대책임에 따른 체벌에 악감정을 품은 구성원들이 원인 제공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례도 봤다. 그런 걸 보면 연대책임을 가한 사람이 매우 악질적이고 변태적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에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면 부동산을 떠올려 보라. 서울 강남 등지의 지나치게 오른 집값 때문에 전국의 주택 세금이 오른다. 집값이 수십억씩 오른 소유주들은 극소수인데 전국민이 내는 세금이 올라 연대책임을 지게 되는 부당함이다.

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세금을 높이는 방안으로 공시지가를 높이고 있다. 시세에 60~70% 정도였던 공시지가를 80~90%까지 높여서 실제 시세에 가까운 부동산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다. 공시가를 올리게 된 배경은 비싼 집에 살면서도 세금은 적게 낸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특히 서울 강남 등지의 집값이 단기간 내 수억씩 오르자 이에 압력을 가할 편의적인 수단으로 공시지가를 건드리게 됐다.

시세에 비해 60~70% 수준인 공시지가가 부당하다는 시각엔 공감하지 않는다. 시세엔 거품이 있기 때문이다. 거품 낀 시세대로 세금을 낸다면 거품 원인 제공자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한다. 서울 강남 집값이 한창 가파르게 오를 때 실상 시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았고 일부 실체 없는 호가만 평균 가격을 높였다. 호가로 형성된 시세의 공시지가가 90%라면 사람들은 호가 대로 세금을 내는 셈이다. 누군가가 비싸게 팔려고 던져본 호가 때문에 얌전히 있던 불특정 다수가 돌을 맞는 격이다.

부동산 시장을 잘 아는 혹자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것은 그 지역 전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인기가 좋은 특정 아파트 몇군데가 높은 가격에 매겨져 전체 평균을 올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몇군데는 부동산 시세를 조작하는 투기세력의 작전에 의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그 지역을 잡겠다고 부랴부랴 규제를 가하면 세력들은 또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서 비슷한 작업을 한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다시 강남부터 출발해 수도권 집값 평균을 올리는 식이다. 그런 투기를 잡겠다고 공시지가를 올리면 수도권에서 얌전히 살던 대다수 시민들은 가계부담만 늘어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집 한 채 갖기가 어렵고 연쇄 부작용을 거쳐 출산율 저하까지 이르게 된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재계에서는 마찬가지로 연대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일부 기업이 저지른 분식회계, 횡령, 배임 등의 범법 때문에 모든 상장사들이 공동으로 규제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었다. 물론 규제는 다른 상장사들에게도 같은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취지가 있다. 그럼에도 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책 비용과 규제로 벌어질 각종 부작용들을 고려하면 예방을 넘어선 연대책임 성격의 제재라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상법 개정 후 실제 사모펀드의 배당인상 등 주주제안 요구가 늘어났다. 그러한 요구가 실제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의결권이 한쪽으로 기울 정도의 커다란 조정이 이뤄진 게 아니라서다. 그걸 모를리 없는 사모펀드가 노이즈를 일으키는 것은 주가 조작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정부와 국회도 부작용을 의식해 상법 개정안은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니라는 비판이 찬반 양쪽에서 일었다.

이처럼 어중간한 법안은 연대책임에 따른 거부감만 키운다. 차라리 분식회계가 있었던 기업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거나 성실 기업에 특례를 주는 식이 낫겠다.

코로나로 주주들이 주총장을 찾기 어려움에도 예년처럼 주총 집중일에 일정이 겹쳤다. 그렇다고 또 모든 상장사에 연대책임 성격의 규제를 만들 일은 아니다. 집중일날 개최하는 기업이 형식적인 구실만 대는 문제의 원인만 손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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