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사후 장기기증 진행
마지막 말씀 “행복하세요”…명동밥집 등에 전 재산 기부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지난 27일 노환으로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추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모미사의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와도 같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았고, 우리들을 품어주셨다”고 회고했다.
염 추기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물을 주셨다”며 “언제나 물질로부터의 자유로운 마음이었고, 자유로운 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 선종 관련 브리핑에서 “최근 추기경님을 찾아뵀을 때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자 말씀하셨고 이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진석 추기경 선종과 관련해 "국민 모두에게 평화를 주신 추기경님의 선종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 천주교의 큰 언덕이며 나라의 어르이신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드셨다. 참으로 온화하고 인자한 어른이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SNS에 “풍진세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셨다”며 “장기 기증으로 남기신 은혜로운 육신과 고귀한 영혼은 미움·슬픔·분열과 다툼의 절망 세상에 사랑·기쁨·연대와 화해의 희망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리의 증좌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NS를 통해 “선종소식을 듣고 한동안 먹먹한 마음이었다”며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처음 추기경을 만났을 때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조용히 공로를 쌓아가면 하늘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지금은 제 평생 교훈”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 21일 몸에 심한 통증을 느낀 뒤로 주변 권고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으며, 노환으로 인한 대동맥 출혈로 수술 소견을 받았으나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과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선종 이후 고인의 뜻에 따라 안구 적출 수술이 이뤄졌다. 그는 2006년 서울대교구 성체대회에서 사후 장기기증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제 중 600여 명이 함께했다.
장례는 서울대교구장으로 5일장을 치른다. 빈소는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됐으며 고인의 시신은 빈소 내부 투명 유리관에 안치됐다. 추모미사는 오후 10시까지 1시간마다 진행되며,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50명으로 제한된다. 입관 예절은 오는 30일 염습 이후 치르게 된다. 장례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1일에는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 추기경 주례로 장례미사가 봉헌된다.
미사 이후 고인의 시신은 장지인 경기 용인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 장지는 2009년 선종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노기남 바오로 대주교의 묘가 있는 곳이다.
한편 정 추기경은 지난달 재산을 모두 명동밥집과 아동신앙교육 선교장학회 등에 기부했으며 통장에 남은 돈도 의료진 등 고생한 분들에게 선물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 추기경은 자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했지만 교구 차원에서 이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