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코로나19 특수와 좋아진 업황을 바탕으로 줄줄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위생 용품이나 포장용품 등에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9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408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1조원 수익 시대를 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584% 증가한 규모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LG에너지솔루션)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석유화학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70%인 9838억원을 벌어들였다. 회사 측은 가전, 의료용품, 건자재 등 전방산업 호조에 따른 주요 제품의 수요 강세 및 스프레드 확대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도 매출액 4조1683억원, 영업이익 62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27.3%, 영업이익은 625% 증가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건 올레핀 사업 부문이다. 올레핀 사업은 매출액 1조9283억원, 영업이익 31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적자를 봤던 올레핀 사업은 대산공장이 작년 연말부터 정상 가동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케미칼은 올레핀 외에도 대산공장 정상화가 수익성 개선 주 요인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 매출 1조8545억원, 영업이익 612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썼다. 이는 전년 동기에 견줘 각각 51.3%, 360.2% 늘어난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위생용 장갑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상, 생산여력을 높인 NB라텍스 특수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타이어 등에 쓰이는 합성수지 제품도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아울러 SKC와 SK케미칼,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업체도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임박한 한화솔루션도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예상에 따르면 매출액 2조5869억원, 영업이익 2291억원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고공행진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자리잡으면서 가정용 가전·IT 제품 수요가 커졌고, 곳곳에서 위생 제품 및 의료용 제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초 미국 남동부 한파로 석유제품 공급에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원료 가격을 높인 것도 요인이다.
실제 가전,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합성수지(ABS)의 아시아 내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t당 2420달러로, 지난해 4월 24일 1090달러 대비 122.0% 상승했다.
일회용 포장재, NB라텍스 등에 쓰이는 석유화학제품 기초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110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배 넘게 오른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호황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대체로 2분기까지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