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움직임 불구 담배 판매량 유지 전망
코로나19 3차 대유행 여파로 반사이익 이어져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정부가 지난해 성장한 담배 시장을 대상으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1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유지되거나 소폭 성장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내에서 전반적인 판매를 좌우하는 KT&G의 실적 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초에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된 시기에 맞춰 반사이익을 누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2016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맞이했다. 기획재정부의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담배값 인상 이후 담배 판매량은 급감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43억5990만갑 △2015년 33억2680만갑 △2016년 36억6360만갑 △2017년 35억2340만갑 △2018년 34억7120만갑 △2019년 34억4740만갑 순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35억9030만갑을 기록하면서, 최대치를 나타냈다. 정부는 그간 담배 가격을 인상하는 등 금연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담배 소비량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 돌입했을 때 담배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발맞춰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인 KT&G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KT&G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연결기준 1조263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784억원) 대비 7.3% 증가했다. 작년 4분기 대비로는 5.7% 감소했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새해 금연 등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실적 상승에 기여했지만, 국내 시장 판매량도 소폭 증가했다. KT&G의 국내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난 96억3000만개비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은 0.5%포인트 늘어난 64.5%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외형 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담배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흡연률을 낮추기 위해 10년 이내에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달러·약 7700원)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등을 통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SNS를 통해 “정부는 담배 가격 인상 등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추진 계획도 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부족해진 세수를 담배 가격 인상으로 돌파하려고 시도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에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1분기도 담배 소비가 감소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 1위인 KT&G의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점으로 봤을 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반사이익이 올해도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국내 담배 시장은 각종 규제에 불구하고 성장세를 거두면서,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점과 KT&G의 선전이 반영될 경우 담배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