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참여로 치열해지는 경쟁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매진하고 있다. 일감이 부족해지는 상황 속에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시평) 56위의 진흥기업은 최근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신라맨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아파트 112가구, 오피스텔 18실을 짓는 이 공사의 계약금액은 전년 매출액의 8.8%수준인 331억원이다.
DL건설도 마찬가지다. 시평 12위의 DL건설은 지난달 서울시 목동 651-1번지 일원에서 1122억원 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돼 탄생한 DL건설은 출범 5개월만에 정비사업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정비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평 210위의 신원종합개발은 올해 새로 따낸 두 건의 계약 모두 가로주택사업이다. 신원종합개발은 △2월 용인시 마평동 가로주택정비사업(277억원) △7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방학성삼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191억원)을 각각 수주한 바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뤄지는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을 뜻한다. 보통 1만㎡ 이내에서 사업이 진행되며 대규모 재건축·재건축과 달리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생략돼 사업기간이 짧다.
소규모인 만큼 사업성과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중견·중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각종 정비사업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줄어든 상황 속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틈새시장’으로 꼽혀 왔다.
다만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은 중견·중소 건설사들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진출을 위한 계열사와 주택 브랜드도 마련한 상태이다.
대표적으로는 GS건설의 자이S&D가 있다. 자이S&D는 ‘자이르네’ 브랜드를 앞세워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도 대우에스티와 푸르지오서비스를 합병한 대우에스티를 출범시킨데 이어, 중소규모 주택 브랜드인 ‘푸르지오 발라드’를 출시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평택 합정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DL이앤시는 지난 4월 인천시 용현3 가로주택정비사업 총회에서 약 856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주요 정비사업을 맡고,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지방이나 중소규모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였다”며 “최근에는 부족해진 일감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에 잘 맡지 않았던 중소규모 정비사업에까지 진출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설립 건수는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15곳 내외에 불과했으나 △2018년 84곳 △2019년 112곳 △2020년 165곳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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