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공급 대책 약속했지만 감감 무소식
대출 완화 후 중저가 단지에 매수세 몰려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수도권 아파트값이 9년만에 최고폭으로 상승했다. 여당의 말뿐인 공급대책으로 인해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 재편된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가 확대된 것도 집값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7% 올라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3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셋째 주(0.36%) 한 차례 관련 통계를 새로 쓴지 2주만이다.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비단 수도권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20% 오르면서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1년8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값 통계를 공표하는 지역(176곳) 가운데 전주 대비 집값이 오른 곳도 170곳에 달한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원인으로는 여당의 지켜지지 않은 공약이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성난 부동산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과 함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약속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지난 6월 “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부지를 발굴해 폭탄에 가까운 과감한 공급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공급 대책에 대한 당내 논의는 자취를 감춘 실정이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본격화됐지만 일반 분양 물량은 15%에 그친다”며 “부족해진 입주·분양 물량으로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 만들어지다 보니 집값은 급등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완화된 대출 규제도 집값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8000만원이하에서 900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의 경우 1억원 미만까지 가능하다.
대상 주택 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해당 요건을 충족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이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9000만원인 A씨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6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2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수도권 중저가 단지에 매수세 몰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대출이 용이해진 중저가 단지가 아파트값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이번주 상승률이 두드러진 지역은 노원구(0.37%)와 도봉구(0.26%)이다. 노원구와 도봉구는 서울 내에서도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꼽힌다.
경기권에서도 안성시(0.84%)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단지 위주로 집값이 올랐다. 오산시(0.81%)와 의왕시(0.74%)도 각각 내삼미·세교동 구축 위주로, 왕곡·포일동 내 상대적 중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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