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거사다리’ 회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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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거사다리’ 회복 가능할까?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9.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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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2030년까지 50만 가구 공급 공언
주민 갈등 해소, 집값‧전셋값 상승 등 세부적인 대책 없어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향후 10년 동안의 주택공급 방향을 제시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수치로만 보면 매우 희망적인 청사진이다. 그러나 기대감보다는 실제로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서울비전 2030’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주택 총 80만 가구를 공급,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실행방안으로 그동안 꽉 막혔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꼽았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 준공 30년을 넘긴 주택은 58만8000여가구로 집계됐다. 오는 2030년에는 해당 주택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 시장의 계획이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아무런 문제 없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순탄하게 진행된다는 가정하에서다. 다만 이렇게 되려면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각종 유인책을 쏟아 내야 한다. 자연히 분양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높은 분양가는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린다. 갑자기 늘어난 이주수요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 올해 하반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21차,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4000가구가량이 이주를 앞둔 서초구의 전셋값이 최근 가파르게 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년 5만 가구를 공급하려면 적어도 3만 가구 이상의 기존 주택이 사라져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2020 주택업무편람’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재건축을 통한 입주가 처음 이뤄진 2005년 이후 서울에 공급된 재건축 물량은 총 9만6683가구였다.  멸실 주택은 7만5421가구로 재건축으로 순증한 신규주택은 15년 동안 2만1262가구, 연평균 1471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 재개발로 순증한 신규주택은 재건축보다는 많은 편이라도 해도 앞으로 10년간 수 십만명의 전세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셈이다. 더욱이 재건축·재개발은 추가 분담금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을 살던 곳에서 쫓겨나가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뉴타운 지역 원주민 10명 중 8명은 재정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애초 취지와 거리가 있는 모양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오 시장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실현돼서도 안 된다. 재건축·재개발은 특정 계층에 혜택을 몰아주는 사업”이라며 “주거 복지 차원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모든 노후 주택을 개발한다는 건 취약계층의 집을 빼앗겠다는 말이다. 서울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계획을 강행하면 과거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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