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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심각한 전력난 사태에 직면했다. 31개 성 중 16개의 성에서 전력 공급 부족으로 철강·시멘트·스마트폰 공장 등 주요 기간산업 공장도 가동 중단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갑작스런 단전으로 교톻신호체계 마비, 지하철 운행 중단,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 운영 중단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전력난의 표면적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비현실적 탄소중립 정책 △석탄 부족과 가격 인상에 따른 화력발전 가동률 저하 △발전소 체계의 구조적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의 탄소배출량을 감소시켜 오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올해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에 에너지소비 총량과 탄소배출량을 각각 13.5%, 18%씩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결정한 목표라 지방정부는 별다른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공장에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 경제사령탑 격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에너지소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광동성, 장수성 등 9개 성급에 1급 경고를 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저장성 등 10개 성급에는 2급 경고를 내렸다. 이와 함께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대해 무분별한 발전을 억제하고 에너지 절약을 적극 추진하라면서 '저탄소 공정으로 혁신하고 친환경 제조체제를 구축'하라는 일방적 명령을 내렸다. 시진핑 주석이 하달한 명령이라 비현실적인 목표라 하더라도 지방정부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저항할 수 없기에 전력난 사태는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중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체계도 이번 전력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발전 석탄 사용량의 40% 정도를 호주에 의존해 왔었다. 하지만 호주가 코로나19 발생 기원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겨냥하자, 중국 특유의 '전랑(늑대)외교'를 펼치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간 중국에 79억달러를 수출하는 호주를 경제적으로 손봐주겠다며 석탄 수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뜻대로 호주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에 대체 석탄 수급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더럭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결정부터 내린 중국은 발전용 석탄 부족 현상을 겪게됐다. 중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으로 석탄 수급망을 다변화 했지만 호주산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고 운송비용은 높아 경제적 효율성이 낮았다. 이는 곧바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 저하와 전력난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석탄 가격 인상도 화력발전 가동률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석탄발전소는 지방정부의 영향력을 받지만 의외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발전소가 다수를 차지한다. 석탄 가격 인상으로 발전원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판매단가를 올려주지 않는 여건이 지속되자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핑계로 이참에 발전소 가동을 최대로 끌어 올리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중국의 전력난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다.
중국의 전력난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국 정부는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까?
우선 비현실적 탄소중립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적 최강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더욱 강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발전단가·탄소저감 등 여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전의 활용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