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반도체 법’…이탈리아 인텔과 80억유로 규모 지원금 협의 中
미국 100억달러 보조금과 세제 혜택 내건 ‘칩스 포 아메리카’ 법 제정
일본 TSMC, 마이크론에 최소 5000억엔 보조금 지급 추진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반도체 대란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각국이 미래 산업의 핵심 기업 모시기에 발벗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생산시설, 연구·개발(R&D)의 세제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미국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에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 보조금 등을 약속하는 ‘칩스 포 아메리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TSMC와 마이크론에 최소 5000억엔(약 5조1800억원) 규모의 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EU 연설을 통해 “EU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는 미국 반도체 설계 제조 업체 인텔과 반도체 공장 신설을 조율 중에 있다. 해당 공장 유치를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전체 투자금의 일부를 공적 자금으로 해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기료와 인건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텔에게 유리한 조건을 추가 제시한다는 전망이다.
지난 7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티에르 브레튼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해 세금 감면과 직접 투자 등 총 80억유로(약 11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팻 겔싱어 CEO는 또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석유 매장지는 신이 결정했지만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며 다소 노골적으로 미국 정부에도 보조금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의 ‘칩스 포 아메리카’ 지원법에는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공제를 약속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삼성전자의 170억달러(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유치를 위해 텍사스 테일러시는 파격적 세제 지원 혜택을 내걸었고 뉴욕주는 공장 유치를 위해 상원의원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를 제네시 카운티에 초청했다.
일본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일본 새 공장 투자액 1조엔(약 10조3600억원) 중 절반 가량인 5000억엔(약 5조억)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최근 일본내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D램 신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세계 3위 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에도 일부 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은 점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일명 반도체특별법)은 부서간 이견 등으로 인해 처리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