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2년되면 월세화 가속
지난해 전국 전월세 거래의 43.4%가 월세
대출 규제, 보유세 증가 ‘월세 전환’에 일조
[매일일보 신수정 기자]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거주기간을 연장한 가구들의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전월세 시장 임대료 인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임대차 시장에 따르면 집값 상승 여파가 전월세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시장 내 월세 비중이 44%에 달하고 있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서울 지역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월세 거래 건수는 약 92만4534건으로 81만1995건이건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증가했다.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은 43.4%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45.3%로 전국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고시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거래량을 살펴보면 월세가 반영된 거래는 6만7134건으로 2020년보다 5.93% 증가했다. 이는 전체 전월세 거래량 18만1367건의 37.01%에 해당한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2020년 상반기(1~6월) 28.7% 정도였던 서울 월세 거래 비율이 2년 만에 2배에 가까운 40%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월세 거래만 증가한 게 아닌 월세 거래가격도 급증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월세 전환 갱신계약의 임대료 상승률은 45.9%다. 전세 거래의 평균 임대료 상승률인 11.9%에 비하면 4배 정도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 및 ‘월세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나아가 올해 7월 이후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월세 난민’이 대거 출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7월 말 이후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신규 계약을 맺어야 하는 환경”이라며 “이 시기에 공급이 떨어지는 지역은 수억원까지 전셋값이 상승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매물들이 시장에 한 번에 쏟아지는 올 하반기에 월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임대차법 도입과 보유세 강화 등 임대인 규제 정책 기조가 임대인의 월세 선호를 높이는 데에 일조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임대인들이 전월세상한제로 전셋값 인상에 제약을 받자 월세로 돌리게 됐다”며 “월세 거래량 증가와 전월세 가격 급등에 임대차법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도 임대차법 시행,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 대출 규제 등을 ‘월세화 가속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전세 대출 규제로 월세가 급증하고 있는데 부동산세까지 올린 정부로 인해 임대인이 짊어질 세 부담을 고스란히 임차인들이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시키고, 무주택 청년에 대한 월세 지원 정책 등 대응책을 밝혔지만, 대상이 제한적이고 지원 기간이 한시적이라 전반적인 월세화를 억제하기란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