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 제품 마진 축소…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까지 부담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지난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증설로 인한 물량 부담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익 개선이 더뎌질 것으로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8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9338억원으로 컨센서스 1조1304억원보다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던 지난해 2분기 2조1398억원과 비교했을 시 절반 수준이다.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 또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망치보다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592억원으로 컨센서스(2020억원) 대비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컨센서스(3018억원)보다 하회하는 실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증권가가 이같이 전망한 데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지난해 중국 수요 불확실성 확대와 대규모 증설로 인한 업황 부진, 연말 설비 점검 등으로 인한 물량 감소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원재료 나프타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조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월평균 747달러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0.3% 상승했다. 이달 첫째주에도 805.75달러로 전주 대비 28.25달러(3.63%)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재료 상승분이 최종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되지 못하면서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활용해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한 뒤 에틸렌과 같이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그런데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가 차이)는 축소됐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377달러로, 1분기(452달러)·2분기(430달러) 대비 16.6%·12.3% 낮다.
여기에 연말 대부분 석유화학 업체들이 설비 점검에 들어가면서 물량 감소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각각 대산공장과 울산공장 정기보수를 실시해 이 기간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주요 국가의 록다운(시설폐쇄)로 판매가 위축된 영향도 작용했다.
올해 1분기에도 공급 부담이 계속돼 지난해보다 이익 개선이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NK투자증권은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공급 부담과 원가 부담을 상쇄해야 하는데 3월 이후 개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중국의 전력난 완화와 동계 올림픽 종료로 제조업 가동률 상승이 예상되고 계절적으로도 전방 산업 수요가 개선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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