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종 기자] ‘노란천사’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재난 재해로 이재민이 발생할 때마다 노란조끼를 입고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포천 곳곳 필요한 곳에 나눔을 더하고, 위급한 순간 생명을 살린다. 대한적십자 봉사회 포천지구협의회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증, 이들의 활약은 더욱더 뜨겁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은숙 회장(49)이 있다.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모든 활동을 합니다
한은숙 회장이 포천 적십자 봉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적십자의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모든 활동을 합니다’라는 슬로건이 마음을 끌었다. 평소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두 번 생각 않고 봉사회에 가입했다. 그는 “적십자 봉사회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면에서 여타 봉사단체와 비슷하지만, 주요 활동이 ‘재난구호’인 만큼 특수성과 차별성을 지닌다.”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재난 상황의 특성상, 봉사회 활동시간도 대중없다. 한은숙 회장은 “포천시 14개 읍면동에서 총 498명의 적십자 봉사회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라도 간다. 그게 우리다”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코로나19 속 빛나는 헌신
적십자 봉사회 회원들은 재난구호 외에도 생계·주거·의료·교육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자비를 들여 안전교육과 재난교육도 받는다. 지난 2016년에는 교육을 받은 봉사회 회원이 음식점에서 갑자기 쓰러진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포천 적십자 봉사회의 활동은 더욱 바빠졌다. 구호물품과 방역물품을 보건소에 전달하고 재택치료자에게는 처방약을 전한다.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을 안내해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급감한 혈액 보유량 회복을 위해 꾸준히 헌혈캠페인도 진행한다.
코로나19 발생 초, 마스크 부족 사태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을 때 포천 적십자 봉사회는 새마을 부녀회, 구절초교육봉사팀 등 관내 봉사단체와 함께 ‘포천수선마스크’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천수선마스크는 생산공정 중 끈 부착 미흡으로 폐기를 앞둔 마스크를 일일이 수선 후 멸균·소독해 배포한 것으로 당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
한은숙 회장은 봉사회 활동을 하는 매 순간 보람찼다고 말한다. 그는 “갑작스런 재해로 덜덜 떠는 손에 구호품을 안겼을 때, 당장 끼니 걱정에 어두웠던 얼굴이 밝아졌을 때 등 모든 순간이 다음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계속하시는 회원들이 많은 이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천지역 적십자 봉사회 회원 중에는 칠순이 훨씬 넘은 고령 회원이 45명이나 된다.
거의 매일 봉사활동을 하는 덕분에 한 회장의 봉사시간은 지난해 말 기준 6,907시간을 넘겼다. 매년 1,000시간 이상 누적 중이다. 주변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으로 적십자사 총재 표창, 행안부 장관 표창 등 굵직한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을 구하고 온기를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더 많은 분이 이 행복에 동참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