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국내 정수기와 생수업계가 1인 가구 선점을 위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27일 렌털 업계에 따르면 그간 다인 가구를 중심으로 수요층을 확보한 정수기업계가 1인 가구까지 공략 대상을 확대했다. 통상 1인 가구는 정수기보다 생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생수업계와의 충돌이 예고됐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현재 ‘포화시장(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성장세 대비 진출업체가 많아 한정된 시장 내 소비자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군 외에 코웨이, 청호나이스, 교원그룹 등 중견기업이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수기 시장은 현재 업체별 소비자 유치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해외 시장으로 입지를 확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에서 각 업체들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수요층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수기업계가 경쟁 없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키워드는 1인 가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6년 27.9%(539만 8000가구)에서 2020년 31.7%(664만 3000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를 공략해야 포화 시장 속 상승세를 이끌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기적인 방문서비스가 추가된 렌털 구매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1인 가구는 업무 시간 외에 방문서비스 직원과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수기업계는 자가관리형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소모품을 직접 교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은 생수 시장과의 충돌로 이어진다. 현재 1인 가구는 정수기보다 생수를 더 많이 이용한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인구·가구 기본항목’에 따르면 2세대 가구(35.2%)와 3세대 가구(39.1%)는 수돗물을 정수해 마시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1인 가구(47.5%)와 비친족 가구(51.4%)는 주로 생수를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 39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생수 시장은 올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치솟았다. 내년에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성장세가 전망됐다. 이 역시 1인 가구의 확대가 생수 시장의 성장세를 불러올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정수기업계의 공략 대상 확대로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수기업계 관계자는 “정수기를 사용 중인 소비자는 생수를 구매하지 않는 점으로 봤을 때, 생수는 소비자의 물 소비 측면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졌다”며 “1인 가구를 두고 두 시장의 충돌이 예고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