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지난 4월 기공식 가져, 내년 4월 준공 예정
공사 중단된 박정희 기념관, 재개 여전히 불투명
[매일일보=최봉석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이 마지막으로 거친 곳은 하의도 고향이 아닌 자신의 집무실이었다. 그 곳엔 생전의 활동상과 업적 등이 전시돼 있었다.그러나 이 곳은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기념관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에 포커스가 또다시 집중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국가에서 운영하는 형편이지만, 9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우리의 경우는 이런 저런 이유로 대통령기념관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대통령기념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정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 퇴임 때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건물과 사료 1만6,000점을 연세대에 기증해 '김대중도서관' 문을 열었다. 정부에서도 60억을 부담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아시아 최초'의 대통령 도서관이다. 김대중 도서관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 김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대통령 기념관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는 '기념관(기록전시관)'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 4월 기공식을 가졌다. 당시 기공식에는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를 함께 했던 가신그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 전.현직 정치인, 지역인사,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저에 대한 기록전시관 건립은 분에 넘치는 영광이고 보람"이라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이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인생무상의 소회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경남시에 따르면, 기록전시관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YS 생가 옆에 지어진다. 연면적 594㎡, 2층짜리 건물로 거제시가 사업비 34억원 전액을 지원하는데, 정부 지원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3년 실시설계비 예산 전액을 삭감했던 거제시의회는 지난 2007년 4월 시가 상정한 3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계마을내 955㎡ 부지에 연면적 557㎡ 지상 2층으로 건립하는 YS기록전시관 원안을 가결했었다"고 말했다.
시는 일단 이 기록관을 YS의 생가와 연계해 정치적 생애와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인과 형식으로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 4월에 준공 예정인 기록전시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에서 대통령 퇴임까지의 일대기와 정치역정에 얽힌 역사적 기록물과 소장품, 관련자료 등이 전시된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도 '기록전시관'에 머무를 뿐, 대통령 기념관은 아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연면적 3,000~5,000㎡가 돼야 개별 대통령기념관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YS의 경우, 명지대가 지난 2006년 대학 내에 YS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반대여론 때문에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건립 예정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은 무려 7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DJ가 지난 1999년 기념관 건립을 약속한 뒤 국가보조금 2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정부는 국민모금 실적 부진을 내세워 국가보조금 회수에 나선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은 기부금 500억원이 모이면 20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2002년 1월 착공됐으나, 기부금이 목표치에 미달되자 같은 해 3월 보조금 지급이 취소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지난 6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를 방문해 "세월이 흐르다보니 조국 근대화의 위업을 이룩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국민의 기억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기념관의 위치와 부지, 그리고 기념비적인 건물로 남을 수 있도록 다시 처음부터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런 분위기는 대법원 판결 때문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기부금이 목표치에 미달됐다고 해서 국고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4월 밝혀, 기념사업회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여러 보이지 않는 이유로 공사 재개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노무현기념관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거센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퇴임 1년 전이던 2007년 4월 경남 김해 인제대에 건립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반대여론이 불거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친노세력 측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노무현 스쿨'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찬 전 총리는 "미국의 정책전문대학원인 케네디 스쿨과 같은 '노무현 스쿨'을 만들 것"이라며 "4, 5년을 목표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정식 기록관도 역시 없는 상태다. 제주 서귀포의 한 호텔에 기념관이라고 불리며 이 전 대통령의 유품을 보관하는 곳이 있지만 규모는 관광객들이 잠깐 보고갈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