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前 대출 빗장 푸는 은행권…커지는 민간부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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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前 대출 빗장 푸는 은행권…커지는 민간부채 위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3.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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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감소에 전략 변화...실수요자 '숨통' 기대
금리인상 맞물려 빚폭탄 우려도…"DSR 완화는 신중해야"
은행들이 대출 문턱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대출 문턱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들이 올 들어 잇따라 가계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내리는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압박으로 앞다퉈 가계대출을 조였던 지난해와 상반된 모습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다시 푸는 것은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연초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영업력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특히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다.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잔금 지급일'에서 '잔금 지급일 또는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다시 확대하기로 했다. 신청을 제한했던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도 다시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전세대출을 '오른 만큼만' 빌려주고, 신청기간과 비대면대출 등을 일부 제한해왔는데, 우리은행이 5개월 만에 이를 처음으로 푼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5%p 높인데 이어, 최근 신용대출 우대금리도 0.3%p 올렸다. 우대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자가 인식하는 최종 대출금리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KB국민은행은 KB닥터론 등 전문직군 대상 마이너스통장(마통) 한도를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마통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직장인 마통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마통 한도를 5000만원 이하로 일괄 낮춘 바 있는데, 이를 다시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 것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월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달 2억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대출문턱 낮추기에 가세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중단했던 1주택 보유자의 일반 전월세 보증금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22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1주택자는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 대출이 가능해 카카오뱅크 고객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며 “1주택자 대출 재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상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을 연이어 완화하는 것은 올 들어 대출금리 상승,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대출수요가 꺾여 관련 수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고공행진하는 가계대출을 총량규제(연 증가율 5~6%대) 범위 내로 묶기 위해 애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반전된 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3조1156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1월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후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제한했는데, 현재 실적은 -0.43%로 오히려 역성장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잔액 자체가 줄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했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완화는 조만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부응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80% 상향과 전세대출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빠르게 증가한 가계 빚을 관리할 대책이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62조1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7.7% 증가했고, 올해는 19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을 위해 LTV 범위를 상향하는 등의 규제 완화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충분한 주택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차주별 DSR까지 대폭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기에 맞물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 대출금리가 큰 폭 상향될 수 밖에 없다”면서 “실수요자들을 위해 LTV 범위를 완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지만, 충분한 주택 공급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DSR이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엔 부실화 위험이 더 커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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