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산업계가 '트럼프 2기'를 맞아 조기 대응에 분주하다. 선거 기간에도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하기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선이 확정된 뒤에는 트럼프 접점 찾기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들은 안일한 대응에서 탈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플랜B'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연말 인사를 대폭 앞당기며 '미국통'을 전진배치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부 역시 잰걸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주에만 반도체‧조선‧철강 등 주요 업계와 잇달아 간담회를 진행한다. 민관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트럼프 2기 대응 전략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미 대선 관련 현안을 거듭 점검했다. 긴장감도 엿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가 큰 국가인 만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2기에서 우리나라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이 약 42조원, 총 수출액은 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우리 수출액의 8%가 줄어드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등 주요 경제기관과 투자은행(IB)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기존 2%대에서 1%대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최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의 지원 범위 축소와 독소조항 추가를 우려하며 "미국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서 양국이 상호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협상 패키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다만 방산‧원전‧정유 등 업계는 활황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조선·방산 관련 주식만은 쓸어 담고 있다. 우리 방위산업은 올해 수주고 금액 기준으로 세계 2위라고 한다. 트럼프의 보조금 폐지 예고에 먹구름이 낀 자동차업계에도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 대선이 우리 산업계를 '트럼프 리스크 유탄'과 '기회 확대'라는 두 갈림길에 세운 셈이다. 때론 새로운 국면이 열릴 때 관성적으로 이어졌던 낡은 접근법과 사고방식, 관행이 깨지지 않는가. 무엇보다 정부는 무역 다변화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전문가들의 제언을 살펴보면서 트럼프란 불확실성의 파고를 업계와 함께 넘어야 한다고 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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