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서재빈 주간] 37년이란 긴 세월 동안 오직 양봉인으로 한 길을 걸어오며 그저 어떻게 하면 양봉 농가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을까 또 꿀의 품질을 높여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해온 사람. ‘벌 도사’, ‘꿀 박사’로 통하는 조상균(56) 한국양봉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이 그 주인공 이다. 1천186개에 달하는 전국 농·축협 중 50위권에 양봉조합을 진입시킬 만큼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조상균 조합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양봉조합장 5선에 성공했다.
조상균 한국 양봉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은 1987년 한국양봉농업협동조합 14대 감사를 맡으면서 임원직에 오른 뒤 1993년 7월 한국양봉농업협동조합 15대 조합장으로 선출돼 1997년, 2001년, 2005년 재임에 이어 올해 19대 조합장으로 또 다시 선출됐다.37년 외길 걸어온 ‘양봉인’
조 신임 조합장은 취임 직후 “조합장으로 보낸 16년을 돌아보면 조합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합원과 임직원 모두의 노력에 있었다”며 “산재한 현안을 해결하고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어려운 고비가 닥쳐오겠지만 조합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 조합의 재도약을 위해 우선 안성종합식품공장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그가 전국의 1천500여 양봉인에게 조합의 선장으로 5선 째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모든 양봉인이 기르는 꿀벌은 가족과도 같다”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평소 자연과 벌 그리고 꽃이 ‘자신의 스승이며 동반자’라는 말을 조상균 조합장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아마도 꿀이 시중에 나와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아니 적어도 꿀을 채취하는데 만도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를 철학처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그가 늘 안타깝게 여기는 일 하나가 아직까지도 품질이 떨어지는 저급 꿀이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조 조합장은 "농협에서 품질인증 되어 유통되는 꿀은 100% 진짜지만, 납품 단가 때문에 할인점 입점이 사실상 힘들다"며 “좋은 꿀은 맛과 향, 색깔에서 틀린데 소비자들이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보니 조금 비싸다는 이유로 구입을 꺼려하는 게 현실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조금 값이 비싸더라도 좋은 꿀을 찾는 소비문화가 정착돼야 정직한 양봉 농가의 고사를 막을 수 있다"면서 국내 양봉 꿀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다. 때문에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당연히 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양봉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이다. 이는 특히 양봉 농가들의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난 10년간 그는 정말이지 열심히 뛰었다.
가장 큰 결실이라고 하면 올해 4월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에 1년6개월만의 공사 끝에 준공된 '안성종합식품공장'이 아닐까 싶다. 양봉농협 조합원의 숙원이자 전체 양봉인의 염원이 담긴 벌꿀 가공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
모두 115억2천400만원를 투자해 준공한 안성종합식품공장은 8,334평의 대지에 공장동, 관리동, 기숙사 등 총 1,879평으로 구성된 세계적 규모와 설비의 꿀을 주원료로 하는 가공시설이다.
조 조합장은 국내 양봉산업의 일대 도약을 위해 단일 조합으로는 처음으로 유가공 시설을 제외한 순수 축산물 가공설비에 100억대의 투자를 단행하며 전통 보양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양봉산업을 식품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안성공장은 국내 최초로 HACCP과 GMP 시설을 모두 갖춰 순도 높은 꿀을 가공·공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꿀과 양봉산물을 재료로 하는 음료와 식품원료는 물론 의약품에 버금가는 기능성 물질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조상균 조합장의 도전하는 모험 정신이 그 결과를 나타내 한국양봉농협은 2006년 이후 매년 20% 이상 급신장을 해 오면 올해 2월에는 조합예수금 5천억원, 지난 3월에는 조합상호금융대출 4천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 조합장이 안성종합식품공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공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양봉산업을 선도하는 조합이 되어 전체 양봉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람으로 만들겠다”며 “이 곳이 대한민국 벌꿀 도매시장의 역할을 담당해서 가격 조절과 시장조절 능력을 높여 양봉인들이 보다 안정된 양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가 큰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은 ‘경사지에 아카시아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벌채하기 어려운 경사지에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 양봉인의 경쟁력을 높여 준다면 4만 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인 까닭이다.
그는 "계곡이나 경사가 심해 벌채하는데 경제성이 떨어지는 곳은 굳이 목재 가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수익성이 있다면 찾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나무는 한 번 벌채하고 나면 수 십년이 지나야 다시 벌채할 수 있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몇 년 자라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사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매년 꿀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경제적 가치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계곡이나 일정한 경사도가 있는 곳에는 의무적으로 밀원수와 목재 가치가 병행되는 나무를 심도록 법제화해 좁은 국토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안성 식품공장에 기대 걸어
양봉을 위한 37년 외길인생을 걸어 온 조상균 한국 양봉농업협동조합 조합장. 5선에 성공한 그의 두 어깨는 대한민국 양봉업계의 발전이라는 당면과제에 더욱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