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년 만에 '3% 시대'가 열리며 이용자들의 목돈이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총수신 잔액은 조만간 1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업계는 2019년 1월 말 기준 최고 연 2.8%의 정기예금 금리 상품을 출시한 후 지속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렸고, 지난해 말 최고 연 2.76%를 기록했다 . 이후 올해 1월 다시 최고 2.8%로 올라섰고, 지난달 말에는 최고 연 2.9%까지 올라왔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07조8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4조9943억원) 대비 22조8652억원 늘어난 규모다. 저축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02조4435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1월 104조386억원, 2월 105조6615억원으로 매달 1조원 이상씩 늘며 올해만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수신 규모 뿐만 아니라 여신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8조4723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2조1682억원 증가하고 전년말 대비 7조8840억원 증가했다.
한편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 예·적금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지고, 대형 저축은행들이 시작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 혁신이 성공한 효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이용자는 769만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이래 최대다. 이중 예·적금 상품을 이용하는 수신 거래자가 497만명이다.
저축은행에 맡기는 돈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2014년 부실사태 여파로 30조원까지 쪼그라든 예수금은 지난해 말 1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같은 기간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해 맡긴 금액의 경우 2조3000억원에서 15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고객 1명이 맡긴 돈은 968만원에서 2020년 6월 말 1709만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고금리 예·적금 특판이 꼽힌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코인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높은 이익을 거두는 것에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서 "올해는 높은 유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 3%에 육박하는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스트에 올라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업계는 앞으로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키움저축은행과 더블저축은행은 각각 연 3.05%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HB저축은행이 연 3%, 다올·대한·MS저축은행은 각각 연 2.99%, 연 2.98%, 연 2.97%로 3%대에 가까운 금리를 주고 있다.
주요 대형 저축은행도 12개월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3%대에 가깝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로 최고 연 2.85%를 제공하고 있고, 이달 말까지 0.2%포인트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접근성과 편의성의 개선이 이뤄진 점도 성장의 배경이다. 2018년 웰컴저축은행이 웰컴디지털뱅크(웰뱅)를 출시했고, SBI저축은행이 사이다뱅크를 내놨다. 2019년에는 저축은행중앙회가 SB톡톡플러스를 출시해 79개사의 상품과 서비스 이용이 편리해졌다.
최근에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저축은행으로 확대되면서 시중은행 앱에서도 저축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웰컴저축은행이 업계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참여하면서 각종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의 잇따른 수신상품 금리 인상에 예대금리차가 지속적으로 줄며 이자마진은 뒷걸음질 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인하된 후 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수신상품 금리는 오히려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7%p 미만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정책이 종료된 이후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이라면 올해 마진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업계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업 확대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