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노조, 최원병 회장에 딴지 걸기 나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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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노조, 최원병 회장에 딴지 걸기 나선 사연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9.0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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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신경 쓰이네~”

지역설명회서 ‘농민반발’ 부딪치고…노조는 “반농업 정책” 비난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 출범…여론질타에도 농협법 개정 ‘가속’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농협중앙회의 최원병 회장의 농협 신경분리 작업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신경분리 작업이란, 농협의 ‘신용’(은행·보험·카드 등 금융) 사업과 ‘경제’(농산물 유통) 사업을 2단계로 나눈다는 내용으로 최 회장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7월 한 달간 각 권역별 지역설명회를 개최,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충북, 전남, 전북 등 일부지역에서는 신경분리를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설명회 자체가 무산되는 등 당초 기대했던 결과를 얻고 돌아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측은 오는 11월 열리는 대의원총회를 걸쳐 정부에 최종 신경분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좀처럼 지역조합과 농협노조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반농업∙농협 금융지주회사 방안’을 계획하고 지난 7월 ‘지역 여론 수렴’으로 위장한 권역별 설명회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여론의 의견을 듣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농협중앙회의 설립취지와 반대되는 반농업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시험대 오른 최원병 회장, 개혁 성공 가능성은?

▲ 지난 3월30일 오후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2009 농협 인재육성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최원병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농협노조)은 지난달 27일 ‘우리는 농식품부 제2장관이 아닌 참 농협중앙회장을 보고싶다’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농협중앙회가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농협의 행보에 비난을 가했다.

농협이 농협법에 명시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고, 회원조합과 조합원 농민의 공동이익 증진과 발전을 도모한다’는 본래 취지에 벗어나 소위 ‘돈 되는’ 사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게 이들 농협노조측 주장이다. 최 회장이 참석한 일부 지역의 설명회가 농민들의 반발에 의해 차질을 빚은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농협은 전체 직원 중 70%가 신용사업에 관여하고 있을 정도로 그간 신용부문에 치우친 운영방식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농민들로부터 ‘농협중앙회 본연의 역할인 농민지원은 뒷전으로 밀어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측이 주장하는 신경분리 방안 역시 금융지주사를 설립해 수익을 창출한 다음, 거기서 얻어진 이윤을 농민들에게 다시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농산물을 잘 팔아 농민의 공동이익을 증진하겠다’는 본래 취지와 비교하면 본말이 전도된 상황인 것.

9차례에 걸쳐 실시된 권역별 지역설명회에도 농협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도대체 신경분리의 실익이 무엇이기에 추진을 강행하느냐’ ‘농민보호의 설립 취지를 잊은 것 아니냐’는 등 지역조합원들의 격렬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매 설명회 때마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농협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분리에 대한 최 회장의 확고한 뜻이 드러난 부분이다.

▲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들이 지난 7월9일 오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토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역순회 토론회를 마치고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한 최 회장은 부랴부랴 신경분리 등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지난 1일 농협노조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대표 7명, 조합장 7명, 학계·농민단체 등 외부인사 11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사업구조 개편 중앙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는 9월 중 개편초안을 마련한 뒤 내·외부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도출된 농협법 개정 최종안을 오는 11월께 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위원회가 출범 직후 “이달 중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론수렴 지역 설명회의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맞는가” “지역설명회는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이미 개혁안 초안은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 등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초안은 말 그대로 초안일 뿐, 이후로도 지속적인 토론과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 과정을 걸쳐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라며 “또 최종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지, 아닐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으로 농협중앙회의 사업은 ‘신경분리’에 집중되게 됐다. 그러나 최원병 회장의 이 같은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최 회장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 신용사업으로 벌어들인 재원으로 농민들에게 농사에 필요한 자본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있는데 신경분리 이후 상황이 농민들에게 더 좋아질지, 더 나빠질 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개혁 ‘뜨거운 감자’ 마침표 찍을까

이번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 출범을 통해 2003년부터 지리하게 논의돼 왔던 농협의 신경분리 문제가 마침표를 찍게 될지 농업∙금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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