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게임 진흥책을 알아볼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가 최근 있었지만 ‘게임’은 없었다.
문체부는 지난달 21일 업무보고 자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핵심 추진과제로 ‘K-콘텐츠 산업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문체부의 업무보고에는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K팝 이야기만 있을 뿐, 한국 콘텐츠 전체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 ‘게임’에 관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영화·게임·웹툰·음악·OTT 등 장르별 특화 인재 4600명을 교육하겠다는 계획에서 단 한 차례 ’게임‘이라는 단어가 언급됐을 뿐이었다. 문체부는 한류 주요 성과로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을 언급했으나 게임 분야는 아예 넣지 않았다.
지난달 1일 진행된 박보균 문체부 장관과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조속한 해결을 요구한 중국 내 콘텐츠 서비스권인 ‘판호 발급’ 문제, ‘놀며 버는(P2E)’ 게임 규제 논란 등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난달 2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제 눈을 의심했다”며 “콘텐츠 산업의 영광을 이야기하면서 게임은 흔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대선 전과 대선 후, 이렇게 게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게임 관련 공략을 내놓은 바 있다. 게임사들의 확률형아이템의 정보 완전 공개 의무화 등의 공약을 밝혔다. 당시 윤 후보가 발표한 정책 공약에는 ‘확률형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e스포츠의 지역연고제 도입’,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해소’, ‘온라인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같은 달 윤 대통령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대회 챔피언스 코리아 개막전이 열린 서울 종로구 롤파크를 찾아 주목 받기도 했다.
게임은 단순히 놀이 문화를 넘어 산업 측면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21.3% 증가한 18조8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6.9%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해 전년보다 한 계단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81억9300만달러, 약 9조67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도전과 함께,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불공정 무역 상황이라는 어려움에 놓여있다. 또 P2E 등 신사업에 대한 합리적 규제 개혁 등이 조속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윤 정부는 게임 산업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