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잭슨홀 미팅 참석해 신흥국 통화정책 발표
"비전통적 통화정책 신흥국에 부담…여건 갖춰야"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제시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나 “적어도 실업률이 6.5%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과 같이 ‘특정 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례를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정의했다.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거시경제 전망치와 함께 중앙은행의 목표에 부합하는 내생적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양적완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켰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은 침체 우려에도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제약해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신흥국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도 신흥국 입장에서는 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기본·대안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고 일반인이 통계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뮤니케이션도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중앙은행의 경제 전망 능력 부족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잭슨홀 미팅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하며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7월13일 금통위 사례를 소개했다.
이 총재는 “인상 시점에는 시장에서 0.5%포인트 인상폭이 예견돼 있었기 때문에 7월 인상 자체보다는 향후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더욱 중요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장단점들을 논의한 끝에 한국은행은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접근은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흥국들은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