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달러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기업을 중심으로 33억 달러 넘게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 우상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0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말보다 33억2000만달러 늘며 900억 달러를 넘어선 모습이다. 6월에는 한 달 새 21억 달러 감소했지만 7월들어 증가세를 회복한 셈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달러화 예금은 764억7000만 달러로 28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달러화 예금을 주체별로 살펴보면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639억8000만 달러로 한 달 새 29억7000만 달러 늘었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124억9000만 달러를 기록, 같은 기간 8000만 달러 줄었다. 유로화 예금은 전월 대비 5억7000만 달러 늘어난 52억 달러로 집계됐다. 일부 기업의 용역 거래 대금 예치와 일부 증권사의 해외 파생 거래 관련 증거금 회수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긴축 정책을 강화하면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내린다. 실제로 이달에도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연신 갈아치우고 있다. 외화를 내다팔지 않고 모아 환차익을 노리는 일명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다.
고객 니즈를 겨냥해 은행들은 외화예금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굴리고 불리고 외화정기예금 이벤트’를 열었다. 예금 가입기간은 1일로 매영업일 원금과 세후 이자 기준 자동 연장돼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법인전용 입·출식 외화예금을 출시했다. 외화를 하루만 맡겨도 외화정기예금 수준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100만 달러 이상을 예치하면 연 1.91%(세전) 금리를 적용받는다. SC제일은행도 지난 26일까지 달러 정기예금 가입 고객에게 최고 연 3.5%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대상은 SC제일은행 영업점을 통해 외화정기예금에 100달러 이상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