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이란 본디 심리치료의 일종으로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호감을 갖는 사람의 언어나 동작을 거울 속에 비친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젠더갈등이 부각되면서 상대방의 잘못, 특히 여성 혐오적인 말이나 행동을 반대로 뒤집어 보여줌으로써 점점 ‘눈에는 눈’의 보복행위로 확대되며 '여혐으로 당한 것을 똑같이 돌려준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대한민국 정치판도 미러링이 한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적폐청산도 대표적인 미러링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실형으로 이어진 적폐수사의 배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 깔려있다. 그로부터 출발한 ‘직권남용·직무유기’ 남발은 다시 정권이 바뀌며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들도 미러링이다. 당신이 나를 건드리면 나는 열 배로 갚아준다는 이준석 특유의 정치생존법이다. ‘내부총질’에 일전에 누군가를 통해서 들었다는 ‘이XX’ 발언까지 얹어서 그에 대응해서 ‘자기 가족 몰살한 로마 황제 코모두스’ ‘비상계엄 확대 나선 신군부’에 비유하는 것은 내가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러링은 아무리 미화하려고 해도 보복에 불과하다. 복수는 한을 낳고 한을 풀기 위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한풀이 보복을 이어간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 사적 보복을 없애려고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만든 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사적인 복수를 금지하고 공적 차원의 질서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체제다. 정치(politics·폴리틱스)는 도시국가의 자유민들이 시민(polites·폴리테스)이 돼 공적 영역(politeia·폴리테이아)을 유지하는 것이다.
와신상담, 절치부심, 불구대천 모두 한 대 맞으면 열대로 갚아주는 뿌리 깊은 보복 정신이다. 함무라비법전 같은 동해복수법(同害復讐法)은 내 눈을 다치게 하면 상대 눈을 다치게 하고 내 손목을 다치게 하면 상대 손목도 다치게 하는 법전이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윤리도덕이나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법전은 근대로 들어오면서 민주 정치가 정착되고 의미의 현재성이 사라졌다. 미러링이 횡행하는한 아직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가 실종된 전근대적 복수를 위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