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美와 '전기차 차별' 논의…보조금 문제 해결 공감대
전문가 "법안 개정 어려울 것…유예시키는 방향으로 최선"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에 관해 적극 시정을 요구한 한국정부의 요청에 미국이 응답했다. 한국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현지시간)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양국 정부는 미국 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제외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미국 측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안 본부장은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풀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디스 위원장이 한국 각료를 만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 위원장은 "이(전기차) 문제가 비단 현대차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고 양국 간 경제통상관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심각성에 대해 백악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조속히 풀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고 안 본부장은 전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측 태도는) 협의해보자면서 시간만 끄는 게 아니었다"며 면담 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안 본부장은 '전기차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반도체 관련 칩4 회의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조가 힘들 수 있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충분히 전달했다"며 "그쪽도 단순히 현대차 판매가 차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수준이 아니라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다"고 답했다. 안 본부장은 칩4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안 본부장은 또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한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가장 기본적인 통상규범인 최혜국 대우(제3국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라는 가장 기본적 원칙에 위배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선 미측도 인지하는 것 같고, 국제적으로 확립된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굉장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WTO 절차가 작동을 잘 안하니 (WTO 제소가) 별 것 아니라는 얘기가 있지만, (최근) WTO 소송이 굉장히 잘 돌아가고 있고 만약 여기에서 패소한다면 (미국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일 것"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도 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상당히 부담을 가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최종조립국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를 포함하는 게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FTA에 회원국만 우대해 달라고 하면 EU나 일본에서 보기엔 한국만 우대가 되고 나머지 국가는 또 차별을 받는 게 된다. WTO의 최혜국대우 기본 원칙에선 또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미국이 받기 어려운 카드"라고 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무역소위원회의 얼 블루머나워 공화당 간사도 만나 한국 국회가 IRA에 대한 우려를 담아 채택한 결의안을 전달했다.
안 본부장은 "공화당 의원들은 아무래도 IRA 자체에 대해 이의가 많기 때문에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자기들이 다수당이 되면 IRA에 불만이 많은 부분을 수정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까지 마친 만큼 법안 수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예외·특혜 조항을 달기는 어렵더라도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내용을 유예시키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받은 법인 만큼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IRA의 강점, 실적을 굉장히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 조항이나 특혜 조항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대통령 서명 후 즉시 발효된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부분들을 유예 시키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 법은 FTA를 흔드는 법이고, 굉장히 문제가 큰 법"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FTA를 무력화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찬반 의견이 거의 반반 갈리는데 한국 정부가 법안 유예나 수정에 성공하려면 이 법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포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